쓰던 원고지를 뒤로 하고 새 원고지를 꺼내 당선 소감을 대신해서, 아버지 어머니, 두 분께 이렇게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원고지 한 칸의 크기가 잠실 운동장보다 더 넓어 보일 때가 있다던 선배의 말이 떠오릅니다. 지금이 꼭 그럴 때입니다. 앞으로의 다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한결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아버지, 손수 배를 지어 내리던 그 여름날이 생각납니다. 그때 아버지는 다른 사람들은 칠하지 않는 기관방에 들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그래야만 나무가 썩지 않고 더 오래 견딘다 하셨습니다. 그때, 어린 저는 아무 일도 없으면서 일하기가 싫어 학교를 핑계로 도망을 갔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도 그 여름날의 아버지처럼, 소설이라는 작은 배 한 척을 띄웁니다. 넓은 바다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썩지 않도록 꼼꼼히 페인트칠을 해야겠지요.
어머니, 건방지게도 누구에게 감사를 하나,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이 당선이라는 큰 영광을 받고서야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먼저, 아버지 어머니께, 형들, 형수, 한빈이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가르침을 주신 서울예전 선생님들, 함께 공부했던 글동무들, 특히 ‘참 좋은 땅’식구들과 ‘찐따들’에게 감사를 드려야지요. 부족한 글을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제 부족한 빈자리를 지켜주는 경승이, 돼지를 그려 준 원영이와 그 동무들에게도 감사를 드려야지요.▼ 조 헌 용 ▼
△72년 전남 고흥 과역출생
△98년 서울예전 문예창작과 졸업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