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에 가려져 있던 무의식의 세계를 자연과학적 법칙의 조명 아래 환하게 펼쳐 보인 인물.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열린책들에서 그가 남긴 모든 지적 업적을 20권의 전집으로 번역 완간했다.
오늘날 ‘고전’이 된 프로이트의 이론. 그러나 단단한 성채처럼 견고하지만은 않았다. 1896년 그가 정신분석학을 정립한 이후 1백여년의 역사는 그의 이론이 수많은 도전에 시달려 왔음을 증명한다.
‘마르크시즘과 더불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 체계’라는 포퍼의 비판, ‘유사종교만큼이나 무가치한 사이비 과학’이라는 실증주의자들의 비판 등은 오늘날에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의 계승자였던 융과 아들러마저도 뒷날 그의 맹렬한 비판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추종자, 비판적 계승자, 완고한 반대자들 모두 그가 남긴 풍부한 자양분 위에서 큰 마당을 펼치고 있는 것이 사실.
오늘날 동서냉전의 종식과 함께 이데올로기의 ‘거대담론’이 쇠퇴하면서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레 고조되고 있고, 그 물줄기의 발원지인 프로이트에 대한 탐구는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전집 앞쪽에서는 이미 폭넓게 소개돼 있는 정신분석학의 기초이론을 프로이트 자신의 육성으로 들려준다. ‘새로운 정신분석 강의’에 소개된 자아 초자아 이드(id) 등 3원적 심리모형, ‘꿈의 해석’이 설명하는 상징 퇴행 억압 등 그의 고유한 개념,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가 드러내는 리비도 유아성욕 등 신개념은 인간의 무의식을 좇는 탐험에서 첫 지평을 열어놓은 중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를 열어보이는데는 이어지는 책들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생활속의 사소한 말실수, 무심코 던지는 농담에서 그 행위의 ‘심리적 가치’를 읽어내는 프로이트의 날카로운 시선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농담과 무의식의 관계’등의 저작이 그 것.
한편 프로이트가 종교 예술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 부분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대목.프로이트 최후의 역작 ‘종교의 기원’은 그리스도의 고난을 원시시대의 살부(殺父)동기와 연관시킨다. ‘예술과 정신분석’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像),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어린시절 등을 통해 여러 예술 행위들을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살펴본다.
‘무의식’과 ‘정신분석’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학 미학 종교사 민속학 등 당대 인문학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아우르고 있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행간 곳곳에 숨은 해박한 지식과 깊은 성찰은 프로이트의 저작이 ‘19세기말 인류 정신사가 이루어낸 가장 주요한 성과의 하나’임을 수긍케 한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