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선율을 활자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일. 시인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 매력에 푹 빠진 시인 김정환씨가 음악이야기 책을 냈다. 이론과실천에서 나온 ‘음악이 있는 풍경’. 고전음악 음악가들의 뒷이야기나 음악작품 읽는 법,음악에 얽힌 자신의 추억담 등 음악과 그 주변의 모든 것을 간결하고도 화려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쉬이 상처받는 후배에게 비탈리의 ‘샤콘’음반을 들려준 일, 숭고하고 편안함을 자랑하는 알비노니의 ‘아디지오’가 실은 그의 완전한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 등등.
‘돈 조반니’‘돈 후한’ 등에서 잘 드러나듯 위대한 음악가들은 왜 그리도 호색한을 즐겨 다뤘는지. 저자는 이 대목에서 ‘본능을 아름다움으로 다스려가며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가장 자유롭고 드넓은 것이 ‘귀’의 상상력이라는 시인의 믿음. 책장이 절반쯤 넘어갈 즈음 우리는 그의 믿음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