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의 스타로서 성공했다는 징표는 무엇일까. 오스카상, 평론가들의 찬사, 인기, 수입….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요즘은 여기에 또 하나의 필수 항목이 추가됐다. 다름아닌 아기낳기.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연예계의 속성상 사랑은 하되 아기는 낳지 않는다는 게 스타들의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결혼을 했든 안했든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아기낳기가 유행이다. 파리마치 최근호는 요즘 할리우드와 유럽의 연예계에 불고 있는 때아닌 베이비붐을 특집으로 다뤘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007네버 다이’의 피어스 브로스넌, 마돈나, 마이클 잭슨,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 맹인가수 안드레아 보첼리, 프랑스 여배우 마틸다 메이…. 지난해 2세를 출산한 스타는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
이중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피어스 브로스넌, 믹 재거, 훌리오 이글레시아스는 모두 네번째 아기를 출산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믹 재거와 결혼한 모델 출신의 제리 홀은 마흔 한 살의 나이로 네번째 출산에 도전하는 기록을 세웠다.
재미있는것은 여성스타들이 임신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는 점. 감추기는 커녕 오히려 잔뜩 부른 배를 자랑스레 드러낸 채 카메라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임신부 누드모델의 효시는 91년 만삭의 몸으로 ‘배니티 페어’지의 표지모델이 된 데미 무어. 지난해 3월 프랑스 여배우 마틸다 메이가 둘째 아이 출산 직전 배를 드러낸 모습으로 잡지에 등장했다. 금발의 파멜라 앤더슨도 사탕을 입에 문 요염한 표정으로 불룩한 배를 내놓은 채 카메라앞에 섰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여성에게 주어진 최고의 역할이라면 임신한 모습이 가장 아름답지 않으냐”는 게 그의 당당한 주장이다.
이들은 왜 아기에 집착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아기는 ‘행복한 스타 만들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라고 지적한다. 아빠의 무동을 탄 채, 때로는 엄마가 끄는 유모차 안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옹알거리는 아기처럼 행복과 삶의 여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는 없다.
아기는 또 그들의 부모가 부성애와 모성애, 그리고 책임감을 가진 성숙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알리는데 더없이 훌륭한 존재이기도 하다.
마돈나만 해도 딸의 출산을 통해 자신이 코르셋차림으로 엉덩이나 흔들어대는 철부지가 아니며 한 인간의 장래를 책임진 보호자로 변모했음을 보여주었다. 마이클 잭슨도 아들의 출산을 통해 어린이 성추행 스캔들로부터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