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열애 끝에 지난해 10월 결혼한 회사원 김모씨(31). 친구들에게 자세히 들어두었지만 결혼을 앞두고 지출 예상 명세서를 작성하면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남들과 비슷하게 하자는 생각에 명세서를 작성하다 보니 전세금을 빼고도 1천만원 이상이란 계산이 나왔다. 신부 예물비 4백만원, 결혼 예복 대여 및 화장비 2백만원, 폐백용 한복 구입비 90만원, 야외촬영을 포함한 기념사진 촬영비 2백만원, 예식장 대여료 50만원…. 뭉칫돈 나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파트 전세금 4천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2천만원을 대출받은 김씨는 “직장생활 4년동안 ‘왕소금’이라는 별명까지 감수하며 저축한 3천만원이 그렇게 적어 보일 수 없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회사원 장모씨(29) 역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갖다온 뒤 부인과 결혼비용을 맞춰보다 깜짝 놀랐다.
아파트 전세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은 2천만원을 빼고도 둘이 합쳐 결혼비용으로 3천5백만원 가량이 지출됐던 것. 부인이 혼수품으로 마련해온 가전제품과 가구만 따져도 2천만원 가까이 됐다.
장씨는 “친구들보다 결혼비용이 더 많이 든 것 같지도 않은 데 결혼후 남은 것이라고는 은행에 갚아야할 대출금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들어 김씨와 장씨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또하나생겼다.빠듯한 봉급이 동결된데다 대출금 이자가 껑충 뛴 것. 이들의 결혼생활은 이제 ‘빚더미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행(苦行)길’로 바뀌었다.
빚을 내서라도 남들 하는 것처럼 모든 살림살이가 완비된 전세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해야만 하는 것처럼 돼버린 우리사회의 잘못된 결혼 풍속도의 한 단면이다.
▼ 무료예식장 이용등 경비절감 지혜-노력 필요 ▼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결혼비용을 줄일 수는 없을까. 예비 신혼부부들이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방법은 많다. 전문가들 조언을 종합해본다.
우선 예식장의 경우 각 시도청에 문의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구민회관이나 사회복지관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용산가족공원 세종로공원 잠실종합경기장 목동경기장 등 1백여곳이 이용 가능하다. 봄 여름에는 분위기 있는 야외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곳도 많다.
결혼사진비용도 신랑신부 살림에 주름살을 주는 요인. 최근 기념사진 촬영비를 절반 이상 내린 사진관이 늘어났다. 여러 사진관에 들러 비교해보면 경비절감 기회가 생긴다.
다음은 예복. ‘일생에 한 번’이라며 거금을 들여 예복을 맞춰 입는 일은 어리석은 짓. 특히 남자의 경우 턱시도보다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정장 양복을 입으면 무난하다.
무료 예식장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특정 업체의 예복을 입으라고 강요받을 일이 자주 있는데 이 경우 시도 종합민원실에 반드시 고발해야 한다.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고금리 시대에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기왕 대출을 받기로 했다면 액수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
〈이현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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