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과 망치를 들고 썰매는 이렇게 만든다고 설명하는 ‘엄마선생님’.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바라보는 ‘모범생’ 옆에서는 개구쟁이가 친구를 붙잡고 씨름박질 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자리한 ‘창조학교’의 수업현장.
창조학교는 성남 분당 용인 지역의 주민생활협동조합(생협) 주부들이 자녀들을 직접 가르치는 대안학교의 하나다.
이 학교의 기본정신은 한마디로 ‘자유’. 구속은 없다. 간섭이 있는 곳에서는 창의력과 주체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누가 가르쳐 주기보다는 스스로 발견하고 깨닫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우리문화 숨쉬기’라는 주제로 열린 창조학교의 겨울방학 캠프는 흥미롭기만 하다.
첫날은 개학기념으로 시루떡을 만들었다. 고사리손으로 자신들이 직접 떡을 만드는 일은 신기하기만 했다. 시루 뚜껑이 연신 열렸다 닫혔다. 떡이 익는데 예정보다 긴 시간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그래도 떡은 꿀맛이었다.
둘째 셋째날은 민속장난감 만들기. 아이들은 스스로 고른 모임에 들어가 복주머니 연 팽이 쥐불놓이깡통 등을 만드느라 신이 났다. 평소 레고와 로봇에 익숙했던 아이들에게 민속장난감은 생소하기 이를데 없는 것들. 생소한 만큼 호기심은 커졌다.
“선생님, 끈이 너무 짧아서 안돼요.”
“엄마,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해요.”
아이들이 채근해도 ‘엄마선생님’들은 요령만 간단히 설명해준다.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옆에서 지켜볼 뿐 직접 해주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여덟살짜리 정한이는 복주머니를 다 만들기도 전에 동전부터 집어넣었다. 방패연 한가운데 구멍을 내기 위해 원을 그리려 애쓰던 한 아이가 종이에 구멍 두개를 뚫은 뒤 연필 두개로 즉석에서 컴퍼스를 만들어냈다.
“아하,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지켜보던 선생님도 감탄을 연발했다.
이렇게 만든 놀이기구를 들고 야외로 나간 것은 넷째날. 추수가 끝난 뒤 물이 차 얼음판으로 변한 논에서 썰매를 타고 팽이놀이도 했다. 들판에서는 연이 날아올랐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장난감을 갖고 노는 재미는 전자오락에 비할 바가 못됐다. 밤이 되자 들녘에 모닥불을 지피고 쥐불놓이를 시작했다. 이날 만큼은 날이 어두워졌는데도 집에 돌아가지 않아도 좋았다.
“유치원때만 해도 자유롭고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가진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틀에 박힌 말과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아이만 뒤처질세라 피아노 태권도 학습지 등을 가르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생협 회원들도 처음에는 평범한 학부모였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자각이 싹트면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로 했다. 95년 여름 ‘너희들 마음대로 실컷 해보라’는 주제로 열린 야영캠프가 모태가 된 것.
96년1월 성남시 태평동 주민교회에서 출발한 창조학교는 지난해 말 분당구 정자동의 한 건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학생수는 초등학교 1∼4학년 학년별로 15명 안팎. 학기중에는 학년별로 1주일에 하루씩 ‘창조체험교실’과 ‘과학교실’을 운영한다. 과학교사로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은 엄마들이 전문서적을 뒤지고 직접 실험도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것. 수업내용은 스스로 선택한다. 하기 싫은 공부는 하지 않으면 그만. 방학때는 주제를 정해 1주일씩 계절캠프를 연다.
상근교사인 우소연씨(30)는 “교육성과를 기대하다보면 창조학교 역시 또하나의 과외학원이 될 뿐”이라며 그래서 끊임없이 토론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창조학교에서는 생활주변의 환경이 모두 훌륭한 교과서다. 마을에서 가까운 숲이나 문화현장은 모두 훌륭한 ‘교실’. 지난 학기에는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마을의 역사와 지명에 얽힌 내력을 배우기도 했다.
소슬비양(8·분당구미초등학교 2학년)의 생각은 어떨까.“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하지말라는 것이 너무 많아 싫었는데 창조학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아요.”
〈성남〓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