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가난한 어부가 있었지요. 마음도 집도 함께 가난해서 가진 것이라고는 법없이도 사는 착함 하나뿐이었습니다.
이 어부는 이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낚시를 갑니다. 그런데 이날따라 고기가 한마리도 낚이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그날은 굶을 일진이었지요. 혼자 신세타령을 하며 낚시를 걷으려는데 큼직한 잉어 한 마리가 걸려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한데 신기하게도 이 잉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정하기를 살려보내주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였습니다. 이 착한 어부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보다도 잉어가 흘리는 눈물을 보고 가슴이 아파서 잉어를 놓아주지요. 잉어는 물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부한테 소원을 묻습니다. 어부는 하도 가난하여 부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집에 돌아온 어부는 깜짝 놀랍니다. 으리으리한 부잣집으로 변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살아보니 부잣집에 아름다운 마누라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소원도 이루어집니다. 엉큼해진 어부는 잉어를 다시 불러 그렇게 소원대로 이루게 하는 신비한 힘을 계속 달라고 했다가 미움을 사서 다시 깡통차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나는 여기에서 소원을 이렇게 바꾸겠습니다. 곧 ‘지혜’와 ‘친구’를 달라는 것으로. 오늘 우리가 깡통신세가 된 것은 지혜있는 지도자를 못 만난 불행 아닌가요? 그리고 친구처럼 좋은 재산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삶, 기쁨과 슬픔도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비록 낚시질을 다니며 산다 하더라도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리하여 낚싯대 앞에 다시 그 잉어가 나타난다면 “내 마음을 흐리게 하지 말고 멀리 가라”고 호통을 한번 쳐봐야지요.
정채봉(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