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에 부담만…』 재벌신문들에 구조조정 신호탄

  • 입력 1998년 1월 19일 20시 58분


국제통화기금(IMF)한파는 재벌에 의해 흐트러진 신문업계의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19일 계열사인 문화일보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재벌이 그동안 끌어안고 있던 적자투성이 자회사인 신문사를 IMF라는 피할 수 없는 ‘타율적 사정’에 의해 버리기로 한 신호탄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18일 ‘국민과의 TV대화’를 통해 “망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흥할 기업도 그룹때문에 망하는 식의 재벌구조와 병폐는 더이상 안된다”고 말했듯이 ‘재벌 신문’은 예외없이 그동안 모기업에 부담만 주어왔다. 이제 현대의 선언에 따라 삼성(중앙일보) 한화(경향신문) 롯데그룹(국제신문)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벌이나 종교단체에 의해 유지되는 신문이 빚과 적자를 쌓아가면서, 언론의 공정성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화그룹의 예에서 보듯이 재벌의 부실을 부추기고 용지낭비 등으로 국가 경제에도 이로울 수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신문업계에서는 최근 과당경쟁의 뿌리가 반도체 호황을 누리던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은 중앙일보의 지나친 판촉과 공격적 경영에서 비롯하며, 그로인해 각사가 과잉투자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재벌의 무리한 언론사업이 오늘의 화를 불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일보의 경우도 경주에 무리하게 새 인쇄공장 투자를 해 환차손을 많이 내면서 그룹에 부담을 주고 결국 좌초했다는 얘기다. 재벌놀음에 의해 흐트러진 신문시장은 48면 증면이라는 우리 경제규모와 실정에 안맞는 경쟁을 불렀고 결국 경제난과 함께 재조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재벌신문의 경영난은 총매출액과 부채를 살펴보면 한눈에 드러난다. 96년 통계를 보면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는 각각 엄청난 부채를 매출액이 못따라가는 양상이 뚜렷하다. 중앙 일간지중 96년 매출액이 부채보다 많은 신문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뿐이다. 적자를 따져봐도 마찬가지다. 이런 채무와 적자투성이 신문들은 모그룹이 지급 보증을 서고 광고 몰아주기, 그룹사원 대량 구독 등으로 지원하면서 겨우 연명해온 실정이다. 현대의 이번 조처는 ‘자회사 언론’이 정리되고, 신문업계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게 언론학자들의 지적이다. 문화일보 측은 이날 “자구책을 마련해 그룹이 손을 떼는 시기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대기업과의 고리를 끊고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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