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계에서 IMF한파를 가장 많이 타는 분야는 역시 무대가 화려한 발레.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 광주시립발레단(단장 박경숙)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 등의 대표들은 최근 모임에서 IMF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생존전략을 교환했다.
이들은 개당 50달러 정도하는 미제 토슈즈 대신 절반 가격인 러시아제를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발레리나들은 보통 한달에 서너켤레의 토슈즈를 소비한다. 종전에는 4만∼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던 미제토슈즈가 환율폭등으로 값이 두배로 뛰면서 발레단마다 토슈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발레시어터는 발레애호가를 대상으로 토슈즈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용계의 살아남기 전략은 레퍼토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립발레단은 10년만에 처음으로 창작발레 ‘바리’를 11월경 무대에 올리기로 했다. 일곱공주의 막내로 태어나 부왕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병이 든 아버지를 위해 지옥까지 가서 영약을 구해왔다는 무속설화 바리공주에 바탕을 둔 작품. 유니버설발레단도 11월중 창작발레를 공연키로 했다.
예산절감을 위한 고육책으로 리바이벌공연도 잦아질 전망. 국립발레단은 94년 공연했던 ‘해적’과 지난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신데렐라’를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 유니버설발레단도 당초 신작 ‘라 바야데르’를 공연하려다 취소하고 ‘돈키호테’를 재공연하기로 했다. 원작의 생생한 감동을 재연하기 위해 클래식발레를 공연할 때 외국 전문가를 초빙하던 관행도 올해는 사라질 전망. 지난해 ‘신데렐라’를 공연하면서 러시아에서 안무자와 지휘자 트레이너를 초빙하는데 2만달러를 들였던 국립발레단은 올해 외국인 스태프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발레시어터는 9월 젊은 층을 주요 타깃으로 생활공간이 무대인 ‘현존 Ⅰ Ⅱ Ⅲ’을 올리기로 했다. 록그룹 퀸, 흑인랩그룹 음악을 배경으로 창고 옥상 등을 무대로 설정해 ‘경비절감’과 ‘젊은층 잡기’의 일석이조를 기대하고 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
올해는 환상적인 궁전을 배경으로 왕자와 공주들이 등장하는 동화속의 발레무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