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다가왔지만 수입감소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도시인들에겐 귀향도 차례상 차리기도 부담스럽다. 도시 불자들을 위한 도심사찰의 합동차례가 IMF시대의 새로운 설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사찰합동차례는 그동안 무연고자나 후손없는 친척의 제사, 영구위패 봉안 등을 목적으로 간간이 치러져 왔으나 최근에는 일반 가정의 명절차례가 크게 늘어났다.
서울의 조계사 구룡사 봉원사 대각사 천중사 삼보사 능인선원 법안정사 사천왕사, 부산의 백룡사 자비암, 울산의 등용사, 경기 부천 석왕사, 남양주의 천보사 등은 28일 오전 합동차례를 올린다. 이중 조계사 구룡사 천중사 등은 독제사도 마련, 불자 가정이 직접 사찰에서 제사를 올릴 수 있다. 천중사는 불교차례의식을 한글화했으며 금강정사 등은 차례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영단을 하루 종일 차려놓는다.
동참금은 합동차례가 1인당 2만∼5만원, 가구당 5만∼10만원, 독제사는 10만원 이상.
합동차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비용절감과 함께 여성들의 과중한 가사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 여기에 IMF한파가 겹치면서 합동차례로 귀향을 대신하려는 추세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일각에서는 “사찰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에 영합해 합동차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있다”는 비판론도 일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포교회장 법현스님은 “일반인들이 제례 의식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의식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줄여 효사상을 고취한다는 본래의 뜻을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