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지음/해냄 펴냄]
스탠퍼드에 유학중인 젊은 한국인 유학생 수아. 천재적 해커인 그는 컴퓨터 범죄를 해결하면서 엄청난 음모에 접하게 된다.
미국 거대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에 침투, 막대한 단기차익을 챙긴 뒤 거덜난 증시를 남겨두고 빠져나가 버린다는 계획이 그것.
IMF 구제금융 아래 연명하는 상황에서 이 ‘제2의 충격’은 조국의 경제를 붕괴로 몰아넣을 것이다. 수아는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혼자서 음모를 막아보려 한국으로 향하는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이 ‘가즈오의 나라’에 이어 세번째 장편소설을 내놓았다. 앞선 작품들처럼 왜곡된 한일관계에 메스를 가하는 ‘하늘이여 땅이여’(해냄).
새 소설에서 작가는 새로운 주제에 관심을 돌린다. 외래문화의 침투로 멍들고 찢긴 민족 정신문화의 회복이 그것. 소설은 두개의 큰 축에 의해 전개된다. 컴퓨터 실력 하나만을 무기로 다국적 투기자본의 음모에 맞서는 수아.
기(氣)에 통달한 뒤 우리의 기맥과 정신문화를 지키기 위해 나선 수수께끼의 인물 사도광탄. 그는 일본인들의 검은 계획과 맞서게 된다. 그들은 열도에 있던 천기가 21세기에는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을 한사코 막아보려 한다.
추리적 기법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은 두 축을 넘나들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도쿄(東京)대의 컴퓨터 시스템 장애를 불러온 한국의 토우(土偶)는 어디서 유래한 물건일까. 프랑스에서 일어난 수도사의 여객기 납치사건은 한국땅에 있는 사도광탄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마침내 금융위기는 해결되고 한국땅에서 천기(天氣)와 지기(地氣)의 합일을 끊어보려던 일본의 음모도 좌절된다. 하지만 저자는 책장을 덮을 즈음 우리의 어깨 위에 무거운 목소리를 남긴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를 외면하고 정신세계를 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한민족의 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져오고 있으며, 모두가 힘겨워하는 시기에 우리를 격려하고 일으켜세우는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지요.”
바람이 찰 수록 어깨를 펴야 할 터. 신비한 정신세계의 실재를 받아들일 것이냐는 독자가 결정할 몫이지만 민족의 자긍심과 재웅비를 호소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긴 여운으로 남는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