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선비론/이익]보수적 여성관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18세기 조선 실학의 선두주자요, 진보적 개혁사상가였던 이익. 하지만 그는 여성에 대해서 만큼은 지극히 보수적이었다. 그의 여성관을 보자. 여자는 열심히 일하고 검소해야 하며 남녀칠세부동석을 지켜야 한다. 독서나 강의는 남자가 할 일이지 여자의 일은 아니다. 여자들은 아침상을 준비하고 제사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고 길쌈도 해야 하는데 언제 책 읽을 시간이 있겠는가. 학식이 있다는 부인들을 보면 배운 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나쁜 짓만 할 뿐이다. 부녀자들은 왜 아름답게 화장하여 남의 눈에 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화장한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이 모두 점잖은 게 아니다. 평생 남편이나 모시면 될 일이지 대체 무엇 때문에 남들에게 치장한 모습을 보이려 하는가. 엄하게 타일러야 할 것이다. 이혼에는 적잖은 폐해가 따른다지만 이혼법이 없다 하여 문란한 여자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 요즘 풍속이 변하여 집안에서 부인들의 권세가 대단해졌다해도 죄있는 아녀자를 쫓아낼 수 없다면 대관절 어찌하겠다는 말인가. 아이들 교육에도 커다란 피해를 줄 것이다. 여자들이 갖가지 잘못을 저질러도 도저히 다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법이 없다해서 이혼을 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익은 왜 이처럼 보수적인 여성관을 지녔던 것일까. 우연히 그의 주변에 그릇된 여성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는지. 왕실이나 귀족가문 여성들의 분에 넘치는 행동으로 국정이 문란해진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또 당시의 경제성장 속에서 여성의 의식과 활동이 크게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익의 보수적 여성관도 그의 개인적 한계라기보다는 당시 조선사회 전체의 한계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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