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뗏목탐사대 사고]바다에 묻은 「발해의 꿈」

  • 입력 1998년 1월 25일 16시 58분


발해항로 뗏목탐사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돛을 올린 것은 지난해 12월31일. 발해 건국 1천3백년을 맞아 발해인들의 해상교역 루트를 재추적하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뗏목은 물푸레나무로 만든 길이 15m, 너비 5m 규모. 뗏목에는 배의 ‘선실’에 해당하는 조그만 집을 만들었고 그 안에 위성항법장치 무선교신장비 디지털비디오카메라 등 최첨단장비를 설치했다.

당초 계획은 5백50마일을 항해, 17일쯤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대 부두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8일 울릉도 앞바다 난류와 한류가 합쳐지는 지점에서 방향을 상실, 일본쪽 항구로 항로를 변경했다.

23일 이들의 구조요청은 뗏목―서울 이소희씨―외무부―주히로시마총영사관 경로로 전해져 일본해상보안본부와 항공자위대가 이날 밤 8시경부터 순시선과 헬기를 뗏목 표류지점인 도고(島後)섬 앞바다로 출동시켰다. 그러나 섬 주변에 초속 20m의 강풍이 불고 눈까지 내려 구조는 절망적이었다.

탐사대 뗏목은 24일 새벽 6시경 심한 풍랑으로 인해 닻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전복, 참변을 당했다. 실종자중 대장 장철수씨의 시신은 일본해상자위대에 의해 이날 오전 인양됐다.

장씨는 21세기바다연구소 소장으로 바다에 ‘미친’ 사나이. 장씨는 ‘푸른 독도 가꾸기운동’을 하면서 만난 한바다연구소 소장 이용호씨, 몇해 전 울릉도와 독도를 뗏목으로 건넌 바 있는 베테랑 해양탐험가 이덕영씨, 올해 해양대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예비 마도로스 임현규씨를 탐험에 끌어들였다.

한편 외무부는 주고베총영사관 하석호(河石鎬)영사를 24일 현지에 급파, 일본해상보안당국에 실종자 수색과 정확한 사고경위 파악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문 철·금동근·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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