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이너 김재욱의 인생변신]복서출신 미용사로

  • 입력 1998년 1월 25일 19시 14분


아내의 머리를 10년간 다듬고 잘라온 남편. 김재욱씨는 이제 아내의 머리카락을 더이상 만질 수 없다. 지난해 말 부인 이미화씨(31)가 골육종암 선고를 받았다. 아내는 수술과 항암제 치료로 머리카락을 모두 깎았다. 결혼 10년만에 얻은 16개월된 외아들 태균이와 병원을 찾는 김씨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젊은 날 프로복서로 승승장구하던 그. 오른손 관절 부상으로 링을 떠나야만 했던 스물다섯살 83년의 그 겨울날도 그랬다. ‘주먹’ 하나로 살아오다 모든 것이 일순간에 사라졌지만 희망만은 간직했다. “지금 실직하는 분들의 심정을 잘 이해해요. 저도 그때는 인생이 너무 야속하더군요.” 방황 끝에 그는 ‘손으로 하는 것은 다 자신있다’며 막노동 구두닦이를 거쳐 미용사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가는 미용실마다 말리더군요.” 눈빛이 너무 날카로워 오는 손님들까지 쫓아낼 거라는 이유였다. 그때부터 모자를 썼다. 타오르는 듯 강렬한 눈빛을 죽이고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그리고 항상 웃는다. 헤어디자이너 생활 14년. 커트와 컬러염색이 특기라는 그의 미용실에는 이제 일본 스페인 독일사람까지 찾아온다.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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