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북리뷰]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아시아」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21세기는 용(龍)의 세기, 아시아에 르네상스가 온다. 존 나이스비트의 미래예측이다. 역사의 큰 물줄기 즉 ‘메가트렌드’라는 독특한 시각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온 그는 ‘메가트렌드 2000’이란 책으로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제는 ‘메가트렌드 아시아’를 통해 아시아의 시대를 예견한다. 아시아 전역에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덮인 오늘이기에 그의 말은 예언자의 소리로 들린다. 아시아가 21세기의 중심이 된다고 보는 근거로 그는 여덟가지의 변화를 제시한다. ①민족국가 중심의 사고→네트워크형 사고 ②전통적 생활→다양한 선택이 있는 현대생활 ③수출주도형 산업구조→소비자 주도형 구조 ④정부주도형 사회→시장주도형 사회 ⑤농촌→대도시로의 인구이동, 도시화 ⑥노동집약 산업→첨단기술산업 ⑦여성 참여구조로의 변천 ⑧동양적 방식과 관점의 부상. 경영컨설턴트인 그가 주목하는 아시아의 경제집단은 화교(華僑). 그들은 아시아 경제를 움직일 수 있는 거대한 자본을 갖고 독특한 상거래 방식과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위상을 강화해 왔으며 중국본토 대만 홍콩과 연계해 화교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아시아인에게 현대화란 곧 서구화를 뜻했으나 이제 아시아인은 ‘아시아적’ 현대화를 원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즉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불교와 유교 이슬람교 등 기존의 동양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변형해서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67년 태국 왕정 고문으로 1년간 일한 경험과 30년간의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아시아의 변화를 자세히 분석한다. 서울 베이징 상하이 난징 홍콩 콸라룸푸르 자카르타 싱가포르 방콕 등에서 새로 형성되는 중산층과 젊은 층의 왕성한 소비활동을 보고 놀라움을 나타낸다. 이들은 소비력과 구매력을 통해 아시아 내수시장을 새롭게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성장해온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서서히 아시아 내부시장과 교역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시장경제체제의 확산과 심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시아의 탈냉전은 필리핀의 수비크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관광지로 바꾸었다. 한국 대만 필리핀 태국 등의 탈군사화는 경제의 민간화와 민영화 등 시장주도성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이제 최대의 가치는 돈이 되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래서 중국의 인민해방군까지도 내부적으로는 거대한 사유경제의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아시아 여성들의 자기각성과 사회참여, 도시화의 진전, 동양적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아시아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저자는 풍부한 사례들을 들면서 지적한다. 이 책의 장점은 아시아의 산업기지화 과정과 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내부적 연관관계를 그려낸 것이다. 최초의 아시아 경제 도감이라고나 할까. 실상 적지 않은 아시아인들이 ‘아시아에서도 유럽연합이나 북미자유무역지대와 같은 지역적 연관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는다. 나이스비트는 ‘기러기 대형’이란 모양을 제시한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네마리 용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 등 새로운 호랑이들이 아시아적 발전의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협력관계를 모색할 것이다. 이 책은 21세기 아시아의 시련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약점도 있다. 이미 거대한 금융위기의 파도가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아시아가 산업문명의 새로운 무대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문명은 이미 산업화의 시대를 지나 금융 정보 지식 문화의 시장으로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칫 무대와 주인공의 불일치를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인 동시에 아시아적 문명의 생존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광식(21세기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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