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가슴 확 풀어줍니다]신촌「스트레스 해소방」

  • 입력 1998년 2월 1일 20시 12분


“경제 망친 관료들아 내 주먹을 받아라.” 지난 금요일 밤 서울 서대문구 신촌기차역 부근 ‘팡팡 스트레스 해소방’. 퇴근길에 직장 동료들과 들른 회사원 채광일씨(36)는 분노에 찬 ‘타이슨’으로 변신했다. 상대는 배에 ‘직장 상사’라고 적힌 고무 마네킹. 머리 위엔 ‘넌 정리해고야’라고 비아냥대는 글귀. 5백원짜리 동전을 넣고 30초간 주먹세례를 퍼부으니 ‘주먹이 세다’고 보너스 2라운드. 그때 문득 들려오는 고음의 괴성. “야―이―나―쁜―.” 바로 옆 소리지르기 코너에서 같은 사무실 여직원이 마이크를 잡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정면엔 ‘국가 부도났어요, 어쩌죠(경제관료)’라는 글자. 국제통화기금(IMF)시대, 퇴근길 지친 몸에 소주 한잔 걸친 직장인들의 발길이 스트레스 해소방으로 향한다. 이곳 팡팡 스트레스 해소방의 경우 지난해 7월 개장한 후 몇개월간은 직장인 손님이 전체의 20%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하루 70∼80명 손님 중반이 넘는다. 가끔 40,50대 중년의 모습도 보인다. 주인 이영식씨(39)는 “IMF사태에 스스로 화가 나 경제관료와 기업주의 그림을 그려넣었더니 직장인 손님이 더 늘었다”며 “하지만 밤늦게 만취해 와서 마네킹을 향해 욕을 퍼부어가며 화풀이를 하는 직장인을 보노라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접시깨기코너. 채씨는 1천원을 내고 2장의 접시를 받아든다. ‘IMF 부른 원흉’‘수입품에 미친 복부인’이라고 쓰인 마네킹을 향해 젖먹던 힘까지 다해 접시를 던지니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불빛이 번쩍. 이 추운 시대가 주는 압박감이 잠깐이나마 풀렸을까. 휴지처럼 구겨져 걸어가는 채씨의 뒷모습이 휘청거린다. △이용안내〓스트레스해소관련 게임기 4종류/실내 면적 16평으로 시설은 오락실 수준/오후2시∼밤12시(휴일엔 오전2시)/02―365―2729 〈이기홍·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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