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간지도 「구조조정」…책값인상 지면축소 휴간등 강구

  • 입력 1998년 2월 2일 07시 41분


2월은 각 출판사가 발행하는 문학계간지들의 봄호가 나오는 달. 여느 때같으면 마감기일을 넘긴 원고를 독촉하느라 편집자들이 목청을 높일 때이지만 올해는 “휴간이냐 지면축소냐”하는 고민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종이값 50% 인상, 원고 인화용 필름값 100% 인상, 인쇄 조판비 인상…. 치솟는 제작비 상승으로 계간지발행의 부담을 견뎌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문학계간지 발행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밀려오기 이전부터 ‘적자장사’였다. 출판사들이 한달 평균 1천만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많게는 2,3종씩의 문학계간지를 발행해온 이유는 오로지 자사발행의 계간지에 작품을 게재함으로써 작가와 작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 그러나 IMF불황으로 현금을 건네지 않으면 책 찍어낼 종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계간지 발간은 투자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출혈’이 되고 말았다. 각 출판사가 마련한 대응책은 우선 책값 인상. 연간 정기독자 수가 6천여명에 육박해 그중 형편이 나은 ‘창작과 비평’(창작과 비평사)이 제일 먼저 ‘계간지 1만원시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창비측은 “봄호부터 정가 1만원에 팔지만 6월말까지 독자특별모집 이벤트를 벌여 이 기간 중에 구독신청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존가 8천원을 보장하겠다”고 유인책을 제시했다. 타 계간지들은 창비의 인상선언 이후 적정가격선을 책정하기 위해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지면량 줄이기’도 대응책의 하나. ‘문학과 사회’(문학과 지성사)는 4백60여쪽을 헤아리던 지면을 줄여 3백80쪽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세계의 문학’(민음사)은 이미 지난해 겨울호부터 6백여쪽에 이르던 분량을 3백50쪽 내외로 줄였으며 ‘작가세계’(세계사)도 지면을 대폭 줄일 방침이다. ‘실천문학’(실천문학사)의 경우 활자를 축소해 지면을 줄일 방안을 찾고 있다. 최악의 대응책은 휴간. ‘한국문학’이 모기업 한국컴퓨터의 재정악화로 1년 유기휴간에 들어갔고 문학동네가 발간하던 ‘리뷰’는 다른 출판사가 인수할 때까지 기약없는 휴간상태. 민음사는 계간지 ‘포에티카’를 반년간의 테마비평지로 전환했다. 각 문학계간지들의 ‘축소조정’은 작가들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계간지 편집자들은 “과거 5백, 6백쪽 분량의 계간지를 낼 때는 필자기근 때문에 대여섯명에게 청탁하면 2,3명을 건지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작가가 지면을 찾아다녀야 할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문학평론가 황종연씨는 “소설의 경우 단편과 짧은 장편으로 작품종류가 양극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동안은 출판사측이 단시간 내에 창작집으로 묶어내기 위해 중편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지면이 줄어들어 1편의 중편보다는 2편의 단편을 싣거나 1회 전재 후에 즉시 단행본으로 묶어낼 수 있는 짧은 장편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장르별로는 상업성이 떨어지는 평론이 제일 먼저 밀려날 전망이다. 작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사보용 원고청탁도 뚝 끊긴 마당에 계간지 지면도 축소되면 전업작가들은 최저생활비 확보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어두운 표정들이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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