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았다.
뱀처럼 날카롭게 빛나면서도 세상 모든 것을 품을 것 같은 눈동자, 삶이 녹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광대뼈, 그리고 누구에게도 지고 살지는 않을 법한 강인한 턱선까지. ‘눈물의 여왕’ 전옥(1911∼74)과 다음달 가극 ‘눈물의 여왕’에서 그를 그려낼 이혜영.
비슷한 걸로 치면 이혜영의 상대역 조민기도 빨치산 토벌대장 차일혁의 빛바랜 사진속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총알 날리는 전쟁터에서도 잃지 않았던 멋과 인간미가 두 사람의 동그란 안경속에 빛나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이 만드는 창작극 ‘눈물의 여왕’. 전설적 여배우 전옥의 백조가극단이 전란 후 치열한 사상의 대립속, 빨치산토벌대와 그들이 붙잡은 빨치산 앞에서 즉흥공연을 펼쳤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빨치산은 무릎을 꿇은 채, 토벌대는 그들에게 총을 겨눈 채 전옥의 노래와 연기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도 전해져온다.
“노래를 민주주의식으로 불렀겠소, 공산주의식으로 불렀겠소?…사람과 사람 사이에 못만날 사상이 어디 있단 말이오?”
배우의 눈물로 세상의 고통과 죄악을 씻을 수 있다고 믿었던, 한맺힌 개인사를 예술혼으로 피워올린 전옥의 대사다.
전옥역의 이혜영은 “인상이 기막히게 닮았다”는 말에 좋아하면서도 “나는 17년 연기생활에서 착한 여자를 맡아본 일도 없고 전옥만큼 그릇이 크지도 못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내 이미지가 섹시한 여자, 서양식의 드센 여자로 고정돼 있어 참 괴로웠어요. 무대 위에서나마 전옥이 된다면 연기뿐 아니라 정신도 훨씬 성숙해질 것 같아요.”
극중 토벌대 차대장은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차원’에서 전옥과 열정에 빠져든다. 차대장역의 조민기는 “지극히 다정다감하면서도 때로는 극도로 격정적인, 극단을 오가는 성격이 나와 비슷하다”며 “시대를 잘못 만났을 뿐 정말 멋있는 사나이로서의 차대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차대장의 아들 차길진이 쓴 소설 ‘애정산맥’을 기초로 광기와 에너지 넘치는 이윤택이 고쳐 쓰고 연출한다.
“21세기 신문명의 패러다임을 찾아야할 시점에서 이 작품이 분단의 벽을 허물고 화해를 향한 문화적 길트기가 되기 바란다”는 것이 연출의 변. 3월26일∼4월12일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02―278―4490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