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동서증권과 신세기투자신탁 도산에 이어 신세계 쌍용 등 10개 종합금융사가 인가 취소되면서 이들 금융기관에 돈이 묶인 고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고객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내돈 찾기’가 간단치 않다. 심지어 원금조차 손해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고객재산 반환이 늦어져 불안감이 확산되면 전 금융기관으로 예금인출 사태가 확산돼 걷잡을 수 없는 신용공황이 우려된다”며 조속한 원리금 반환을 촉구하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과 거래한 고객들은 도대체 언제쯤이나 ‘악몽’을 떨쳐버릴 수 있을지, 해당 금융기관별로 처리현황을 총점검해 본다.
▼증권〓작년 12월8일부터 예탁금 반환을 시작한 고려증권은 1일 현재 3백여억원, 증권투자자 보호기금 고갈로 예탁금 지급이 보름가까이 늦어진 동서증권은 1천9백62억원을 아직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동서증권 예탁금 미지급액 중 1천7백억원은 금융기관 등의 몫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대부분 돈을 돌려받은 셈.
머니마켓펀드(MMF) 등 수익증권은 증권사에 환매신청을 하면 자회사인 투신운용사에서 고객의 은행계좌로 입금시켜 주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가 지급보증한 회사채. 고려 동서 두 증권사가 보증한 회사채중 아직 만기가 남아있어 상환되지 않은 채권규모는 현재 총 8천7백60억원어치.
투자자들이 이 회사채를 살 때는 분명히 ‘보증사채’였지만 보증기관 부도로 ‘무보증사채’가 된 것. 더욱이 발행회사마저 부도를 낸 경우 회사채는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두 증권사가 보증한 회사채중 부도를 낸 상장회사가 발행한 채권만 2천1백21억원어치에 달했다.
이같은 부실 회사채 규모는 영업폐쇄명령을 받은 항도종금 등 10개 종금사 보증분과 부도난 비상장사 발행분까지 합치면 7천억∼8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발행회사와 보증기관이 모두 부도났을 경우에도 전환사채(CB)는 그래도 주식으로 바꿔 몇 푼이라도 건질 수 있다. 전환청구는 어느 증권사 창구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 회사채는 보증기관이나 발행사의 ‘빚잔치’에 참여하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회사채는 우선 변제대상에서 주식에 이어 맨 후순위로 밀려 사실상 받아낼 게 별로 없는 셈.
▼투신〓지난해 12월18일 영업정지된 신세기투신 고객은 대략 14만명, 40만계좌. 맡긴 돈은 2조8천8백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재산실사 결과 고객재산과 회사 고유재산을 엄격히 분리해 운용하도록 규정한 증권투자신탁업법을 어기며 신세기투신이 6천4백78억원을 불법 전용해 쓴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투신 직원들은 “신세기의 부실재산을 인수할 경우 한투가 망한다”며 원리금 지급을 반대했고 지난달 31일로 예정됐던 고객재산 반환은 무기한 연기됐다.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투신사 사장들은 가칭 ‘투자신탁 수익자 보호기금’을 만든다는 원칙에 합의했으나 기금출연과 관련, 이견이 팽팽히 맞서 사실상 백지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투관계자는 “정부가 투신보호기금을 상설화 하겠다고 하지만 우리사주 직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기금설립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14만 신세기투신 고객들은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않는한원금을 밑도는 금액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종금〓정부로부터 인가폐쇄 명령을 받은 삼삼 경남 고려 신세계 쌍용 한화 항도 청솔 신한 경일종금 등 10개 종금사 고객은 지난달 31일 일부 종금사 직원들이 일방적으로 업무를 중단한데 따라 예금인출에 차질을 빚었다.
고객들은 이미 1월5일부터 해당 종금사 창구에서 원리금 반환신청을 해 대부분 돌려받은 상태다. 남아있는 금액은 1천8백억원가량. 그러나 고객들은 한아름종금에서 예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듯.
〈이강운·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