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네 모서리의 4괘는 청색으로 바뀌어야 한다.’
1883년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한 직후 만들어진 국내 최고(最古)의 태극기 채색그림이 공개(본보 1월18일자 1면)되면서 태극기 4괘(건곤감리·乾坤坎離)의 원래 색깔이 지금과 같은 검정이 아니라 청색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태극기전문가 김원모(金源模)단국대교수는 태극기의 4괘가 원래 청색이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다음 네 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첫째, 이번에 김교수 자신이 청나라 외교문서 ‘통상장정성안휘편(通商章程成案彙編)’에서 찾아낸 가장 오래된 태극기 그림의 4괘가 청색이라는 점. 특히 이 태극기야말로 당시의 공식 국기이기 때문에 4괘는 검은색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둘째, 유길준(兪吉濬)의‘상회규칙(商會規則·1882년)’에‘바탕은 흰색이고 태극은 청홍색, 4괘는 청색’이라는 기록이 남아있는 점.
셋째, 고종이 미국인 외교관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1890년·독립기념관 소장)의 4괘가 청색이라는 점.
넷째, 프랑스 라루스백과사전(1899년)에 수록된 태극기의 4괘 역시 청색이라는 점.
태극기는 구도가 복잡한 탓에 1900년대부터 변형 태극기가 많이 만들어졌고 그 와중에 청색에서 흑색으로 변하게 됐다는 것이 김교수의 견해다.
이에 대해 국가상징연구회의 김연갑(金煉甲)연구원은 “국기라는 국가상징물은 국가가 정한 규정 그 이상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색깔을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외교문서에 1883년작이라는 기록이 나오긴 하지만 좀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4괘가 청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란은 태극기를 처음 만들어 사용했던 박영효(朴泳孝)가 4괘의 색깔에 대해 명확한 기록을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그의 ‘사화기략(使和記略)’엔 ‘중심부에 태극 양의를 청홍 양색으로 그리고 네 귀퉁이에 건곤감리 4괘를 그린다’고만 적혀있다.
〈이광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