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의 갈라타 다리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장엄하다. 우수어린 낙일(落日).
비잔틴 제국의 멸망이라는 역사의 기억. 그 기억 저편에서 떠오르는 비장감이 나그네의 발길을 붙든다.
“저 도시를 주시오.”
1453년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무너뜨린 투르크의 젊은 왕 메메트 2세. 그의 이 한마디는 콘스탄티노플의 운명을 결정했다.
‘로마 이야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작가 시오노 나나미. 그가 투르크와 비잔틴제국, 동과 서, 기독교와 이슬람교, 이 두 문명권의 충돌을 장렬한 전쟁이야기로 빚어냈다. ‘콘스탄티노플 함락’(한길사).
작가의 주제범위인 르네상스시대 지중해를 배경으로, 예의 도전적인 역사의식과 소설적 상상력이 한껏 펼쳐진다. 지중해의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치듯, 묘사가 생생하다.
바빌론 붕괴나 트로이 멸망과 비견되는 콘스탄티노플 함락. 비잔틴은 천년이나 지속됐지만 우리에겐 낯설다. 서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구 기독교문명에 ‘치여’ 동쪽 세계가 일궈낸 역사는 베일에 가려져온 것.
비잔틴 제국사 또는 투르크가 유럽에 가한 충격. 이를 알지 못하고는 오늘날 동구나 러시아, 나아가 발칸반도 중근동 지방의 문화 종교 가치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재진행형으로 살아나는 ‘비잔틴 이후’의 드라마. 이를 이해하는 기점(起點)은 바로 콘스탄티노플에 있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