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物)자체’와 무(無) 또는 허(虛). 서양철학의 적통을 잇는 칸트철학과 동양사상. 도저히 한 그릇에 담길 수 없는 대립적인 철학세계. 이 맞물릴 수 없는 양 극단의 사상체계를 아우른 저작이 나왔다.
미국 켄트주립대 철학과 교수로 있는 이광세씨. 20여년간 칸트철학을 연구하다 동양철학으로 선회한 이교수.
그의 책 ‘동양과 서양―두 지평선의 융합’(길)은 동서의 철학적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두 세계의 대화와 융합을 모색한다.
일찍이 퇴계 이황이 말했던 ‘다름 속의 같음(異中同)’과 ‘같음 속의 다름(同中異)’이랄까. 그는 동양과 서양이 서로 보완적으로 현대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서양에서 부쩍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동양사상. 저자는 최근 미국사회가 공동체의 가치에 눈을 돌리면서 유교철학이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요즘 미국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염려하고 아끼는 윤리(An Ethic Of Care)’는 유가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상통한다. 산업화 근대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부정된 동양의 전통적 가치가 현시점에서 탄력을 얻고 있다.”
본질과 현상의 이분법에 반대하고 획일적 보편주의에 반대하는 이교수.
그의 세계관은 다분히 ‘유기체적’이다. 그래선지 그는 우리의 풍류도와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에 담긴 융합의 정신을 귀히 여긴다.
“외래사상을 받아들이되 서로 다른 사상이 투쟁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하나를 향해 나가는 강렬한 힘, 그것이 바로 우리의 철학적 전통 속에 녹아 있는 ‘평화적 융합주의’다.”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