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고정관념 뒤엎는 역사책「어,그래? 세계사」

  • 입력 1998년 2월 6일 08시 55분


에이브러햄 링컨하면 금방 ‘노예 해방’이 떠오른다. 링컨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 노예해방론자가 1858년 9월 행한 찰스턴 연설을 들어보자. “나는 어떤 방법으로든 백인과 흑인이 평등하게 되는 것을 찬성하지 않으며, 찬성했던 적도 없습니다. 흑인에게 선거권이나 배심원의 권한을 주는 것, 백인과 결혼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믿어지는가. 두달전 시카고에서 만인의 평등을 선언했던 바로 그 링컨이다. 자유기고가 이규조씨가 펴낸 ‘어, 그래? 세계사’(일빛). 세계사 속에서 건져낸 놀랍고 진기한 삽화들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어, 정말?”이라는 탄성이 터진다. 드라마와 인간이 증발해버린 정사(正史), 단지 암기사항으로만 기억되는 그 무미건조한 ‘고유명사’들에 생생한 현장감과 숨결을 불어넣는다. 짤막한 링컨의 일화에서도 저자는 링컨의 진짜 속마음을 짚는다. 링컨이 그릴리에게 보낸 편지. “나의 최대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데 있으며 노예제도를 유지하거나 없애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노예를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자의 결론. “링컨은 노예제에 관한 한 소신없는 정치가였다. 그는 단지, 노예해방론자들의 여론이 들끓던 시대에 대통령을 지냈을 뿐이다.” 저자와 함께 하는 세계사 여행은 즐겁다. 차창 밖엔 항시 새롭고 진기한 풍경이 스치기 때문.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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