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새책]「할머니가 남긴 선물」

  • 입력 1998년 2월 6일 20시 28분


안경을 쓴 할머니돼지와 동그랗게 꼬리가 말린 손녀 돼지. 둘이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어.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돼지는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았어. 하루 내내 잠만 잤어. 죽음이 다가온 거야. 할머니돼지는 다음날 지팡이를 짚고 외출을 했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갖다주고 식료품점의 외상값이랑 땔나무값도 갚고…. 그리고 할머니돼지는 손녀돼지와 마지막 산책에 나섰어. 나뭇잎에서 반짝이는 햇살, 연못에 비치는 정자, 따스한 흙냄새, 새들의 지저귐…. 모든 게 새로웠지. 할머니는 손녀에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산다는 건 또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마지막 선물로 가르쳐주고 싶었던 거야. ‘올해의 오스트레일리아 그림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마거릿 와일드의 ‘할머니가 남긴 선물’이 시공주니어에서 번역돼 나왔다. 죽음은 어린이책에서 다루기 어려운 소재. 그러나 저자는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하루하루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어린이들은 공상과학만화나 영화속에서 수많은 죽음과 마주친다. 하나의 영웅을 탄생시키려면 수십명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법. 허구의 세계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뉴스를 틀면 실제 현실속에서도 국지전이나 자연재해 기아로 인해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대량살상이 벌어지고 있다. ‘죽음의 바겐세일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의 어린이들에게 이 책은 죽음의 참된 의미를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김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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