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순찰차는 「빨간불」에도 그냥 달린다

  • 입력 1998년 2월 7일 19시 43분


길이 막히면 누구나 법규를 어기고 싶다. 눈 한번 질끈 감으면 쏜살같이 빠져나갈 것 같은 유혹. 곳곳에 교통경찰과 순찰차를 배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런데 순찰차는 신호를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본보 취재팀은 6일 서울시내 경찰순찰차 10대(긴급출동 차량 제외)를 9시간여 동안 추적, 긴급상황이 아닌데도 상습적으로 교통법규를 어기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중에는 2시간 사이에 20여차례나 법규를 위반한 ‘카레이서 경관’도 있었다. 시민이라면 범칙금고지서 액수가 1백만원이 넘고 벌점도 2백70여점으로 면허취소 사유(1년에 1백21점 이상)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임무를 수행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찰활동일 뿐이었다. 6일 오전 11시경 서울 동부경찰서 앞. 순찰차 한대가 정문을 나서자마자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내달렸다. 이 순찰차는 30초도 채 안돼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 차선을 위반했다. 또 1분 후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건국대 방향으로 좌회전 대기 차량이 줄을 잇자 ‘과감하게’ 3차로에서 좌회전했다. 편도5차로인 천호대로에서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 시속 1백㎞로 진행했다. 버스전용차로 위반과 속도위반을 동시에 기록한 것. 이뿐만 아니다. 광교사거리에선 느닷없이 불법 U턴을 했다.이 순찰차는 밤 12시45분 동부서로 돌아올 때까지 신호위반(벌금 6만원, 벌점 15점) 10차례, 차선위반(벌금 3만원, 벌점 10점) 5차례, 중앙선 침범(벌금 6만원, 벌점 30점) 2차례 등 모두 20여차례나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다른 순찰차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신호 차선위반은 예사이고 끼여들기 불법U턴도 서슴지 않았다. 또 안전띠를 착용한 경관은 단 한명도 없었다. 택시운전사 한명훈(韓明勳·45)씨는 “자신들은 지키지 않고 시민에게만 교통법규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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