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빚으로 놀고 먹은 소비문화의 거품현상은 근본적으로 정신문화를 소홀히 한데서 비롯됐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난은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인 셈이죠.”
매주 금요일 오전 9시40분∼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명작을 통한 세상읽기’ 강좌. 현대와 과거는 물론 동양과 서양, 인문과 자연과학 등 모든 분야를 넘나들며 한 문학작품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배우는 자리다.
강사인 중앙대 임헌영(任軒永·57)교수는 자칫 딱딱하기 쉬운 내용에 작가의 사생활이나 중요사건의 뒷이야기를 짬짬이 양념삼아 곁들여 시종일관 흥미를 끌어 낸다.
“고전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살필수 있는 지침서입니다. 그러나난해한 책이라는 인식이 많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전읽기 강좌는 거의 없을 뿐더러 대학 강좌도 전공위주의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 강좌는 고전읽기에 친숙해짐으로써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수강생은 20∼60대로 폭이 넓지만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40, 50대 중년 여성들이 많다. 강좌기간은 3개월. 이 기간에 다루는 책의 내용은 50∼1백여편. 물론 중요 부분을 발췌해 공부하지만 대부분 수강생은 그것을 밑거름 삼아 몽땅 읽기 일쑤다.
한 회원은 “환갑이 넘었지만 강의를 듣다보면 옛 학창시절의 학구욕이 타오른다”며 “배운 내용을 남편과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깜짝 놀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강좌가 끝나면 수강생들의 요청에 따른 다른 주제의 강좌가 이어지지만 수강생들은 거의 변동이 없다. 세상읽기의 재미 때문이다. 수강료는 7만원. 02―3449―5502∼4
〈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