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의 전쟁.’ 가계부에 ‘혈흔’이 보이는 것 같다.
월평균소득 1백40만∼4백만원에 이르는 주부 10명. 30대초반에서 60대에 이르는 이 주부들의 지난해 6월치와 올 1월치 가계부를 비교 조사한 결과 마구잡이식으로 몰아치는 물가와의 힘겨운 싸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쓰던 돈을 자르고 깎아내도 가파르게 치솟기만 하는 물가.
문화 레저비. 아쉽긴 하지만 참을 만해 우선적으로 줄였다. 조사대상 10가구중 7가구가 이를 대폭 줄였으며 이중 4가구가 절반 이상을 줄였다.
민모씨(35·서울 서초구 반포1동)가정은 지난해 6월 37만9천원이던 문화 레저비를 올해 1월 2만9천원으로 대폭 줄였다. 남편의 골프레슨비 30만원을 아예 없애고 좋아하는 음반 구입도 딱 끊었다.
교육비. 부모가 가장 가슴아파하는 부문이다. 줄이긴 하지만 아이 성적이 떨어질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남편이 레미콘 운전사인 서모씨(40·강서구 고척1동)네는 중학생인 두 자녀의 학원비 38만원이 1월 가계부에서 자취를 감췄다. 남편이 여름에는 한달에 4백만원 가량, 겨울에는 25만∼40만원을 벌어왔으나 올 겨울에는 일감이 줄고 기름값도 오르면서 1월 한달 3만원밖에 못가져 왔기 때문이다.
회사원 남편을 둔 박모씨(34·마포구 상암동)도 초등학교 다니는 두 자녀의 학원비를 15만8천6백원에서 3만6천1백원으로 대폭 줄였다. 남편 월급이 10% 삭감된데다 박씨가 신문사 모니터 등으로 벌던 연 5백만원의 수입이 끊겼기 때문.
교통비. 대폭 늘거나 대폭 주는 양면적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차를 굴려야 하는 집은 폭등한 기름값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아예 자동차운행을 중단한 집도 있다.
강릉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본인이 각각 차를 모는 서옥자(徐玉子·50·노원구 공릉동)씨네는 교통비가 60% 이상 늘어난 반면 남편이 차를 놓고 출퇴근하고 있는 박씨네는 절반 이상 줄었다.
외식비. 가차없이 줄였다. 월평균수입이 1백25만원인 이모씨(34·동작구 상도3동)네는 외식 횟수를 7회에서 1회로 줄였다. 남편이 육군중령인 이혜경(李惠慶·35)씨네 역시 6만9천원이던 외식비를 7천원으로 낮췄다.
경조사비. 줄이고 싶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다.
남편이 J은행 과장인 채현자(蔡賢子·43)씨는 1월에만 경조사비로 16만5천원이 나갔다. 채씨는 “식비나 물건값은 아끼고 줄일 수 있다지만 정작 액수가 더 많은 경조사비는 ‘사람 노릇’하자니 줄이기가 어렵다”며 경조사비부터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재현·성동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