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울타리’마을은 너른 들을 지나 냇가 옆 덤불 숲에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그곳을 지나가거든 구불구불한 나무 등걸과 뿌리 사이를 잘 살펴보세요. 작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거나, 열려진 문 틈으로 긴 계단이 보인다면 그 곳이 바로 들쥐들의 고향입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연에서 얻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찔레꽃울타리 마을.
그곳에 사는 들쥐들은 아주 부지런하지요. 날씨가 좋을 때면 덤불 속과 주변의 들에서 꽃 열매 과일 견과를 모아 말리고 맛있는 잼과 절임을 만들지요. 추운 겨울에 대비하는 거예요….
마루벌에서 펴낸 ‘찔레꽃울타리’시리즈.
80년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어린이책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명작 그림동화. 지금까지 14개국에서 3백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산에서 길을 잃고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새는 ‘높은 산의 모험’ 등 4편이 국내에 소개됐다.
겨울축제를 맞아 시낭송 준비를 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비밀의 계단’과 마을 들쥐들이 먹을 소금을 구하러 넓은 바다로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는 ‘바다 이야기’. 그리고 방앗간에 사는 친구를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주는 ‘눈초롱의 아기들’.
찔레꽃울타리 마을에 사는 들쥐가족들의 면면을 보자.
떡갈나무성(城)에 사는 마타리 부부와 딸 앵초,요리사엉거시부인,그의딸 다래. 돌능금나무 집에 사는 사과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자작나무집엔 아빠 엄마와 아들 머위 댕이, 딸 나리 싸리가 산다.
딱총나무 오두막엔 누가 살게? 까치수염 아저씨가 살지!
방앗간에 살던 바위솔과 밝은눈 할머니는 손녀 눈초롱과 함께 산사나무 집으로 이사를 왔고.
그 이름에서부터 찌르르한 찔레꽃 향기가 훅, 풍겨나오지 않는가. 작가 질 바클렘은 이렇게 말한다. “조금만 허리를 낮추고 보면 산과 들은 아주 작은 들풀들의 세상이지요. 그래서 모든 들쥐들은 들풀의 이름을 쓰고 있어요.” 산쥐 가족에게 담요를 주러 떠난 머위를 따라 깊은 산중에서 하룻밤을 지내보자. 어느덧 싱그러운 산냄새 들냄새에 온몸이 잠겨든다.
“은방울 아주머니네 오두막을 돌아서 시냇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니 노란 미나리아재비꽃 들판이 펼쳐졌어요. 군데군데 앙증스러운 파란색 종꽃이 환한 웃음을 흘리고. (…)조심조심 좁은 바위 틈새를 밟으며 가는데 짙은 안개가 산골짜기에서 피어올랐어요. 산속의 밤은 고요했습니다. 달빛을 받아 은색 리본처럼 반짝이며 흘러가는 깊은 산골짜기 시냇물 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어요….”
〈이기우기자〉
[전문가 의견]
따뜻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져 있는 그림책이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풍부하고 내용도 훈훈하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연과 그 안에 살고 있는 작은 동 식물들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준다.
또한 옛사람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자연 속에서 자연을 해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잿빛 콘크리트 숲에 묻혀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연의 빛깔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이 작아 아이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즐겨 볼 수 있다.
전영순(어린이도서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