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강태희/「호랑이눈」展을 보고

  • 입력 1998년 2월 16일 07시 40분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랑이의 눈―한국의 도전적 작가 10인전’은 작년 6월 뉴욕의 엑시트 아트에서 선을 보였던 전시로서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작가 10명을 선발하여 그들의 시각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점검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테마전이 아니고 각자 자유롭게 개인적인 관심사를 다루도록 마련된 전시이다보니 통일성보다는 다양함이, 그리고 작품간의 유기적 연결보다는 산발적인 언급의 나열이 뚜렷한 메시지의 전달을 저해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에게서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인스털레이션 위주이며 가벼운 테크놀러지를 활용하고 있는 작품이 많다는 정도이다. 따라서 10개의 눈들에 비친 세상의 모습을 종합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관객 개개인에게 돌아간다. 더불어 재미작가와 한국작가들을 비교하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또는 당연히 있을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카탈로그나 다른 보조자료가 없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자질구레한 오브제로 구성된 화석 시리즈를 통해 원초적 자연에 도달하려고 하는 임충섭과 폐품이나 폐자재를 활용해서 명상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조숙진은 재미작가들이다. 이들의 작품세계가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것이었다면 한국작가들은 시사적이거나, 문명비판적이거나, 또는 실존적이거나 간에 보다 현실참여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중 섬세한 테크놀러지를 구사해 매혹적인 물방울의 세계를 그려내는 김영진은 중간지점에 속한다. 한국작가들은 강대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거나, 익명의 군상들을 통해 폐쇄회로에 걸린 인간존엄을 다루거나, 환경파괴를 고발하거나, 또는 사회의 부조리를 노출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이념 환경 실존 등의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으나 개인적인 체험에서 우러나는 개별화되고 섬세한 발성이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모두 너무 거창한 문제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28일까지. 721―7772 강태희(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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