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대란이 정말 사람 잡는다?’
환율급등으로 의료서비스가 휘청거린다. 수입의료장비와 소모품 약품의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 한달이상 계속되면서 의사들이 의료사고를 우려할 정도로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서울시내 18개 대학 및 종합병원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고급 기자재값이 오르고 물량이 달리자 성능이 떨어지는 값싼 물품을 사용하거나 재활용해 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J대학병원 정형외과팀은 이달초 40대 환자의 다리에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서 적합한 인공관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자 환자의 다리 뼈를 깎아 인공관절에 맞추는 수술을 했다.
S대학병원에는 심장판막 이식수술을 받기로 돼 있는 환자 10여명이 예정일을 넘긴채 병상에 누워 있다. 개당 2백만원을 넘는 인공심장판막의 가격이 최근 두 배가량 오른데다 공급이 크게 달리기 때문이다.
S의료원에서는 혼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환자들에게 직접 위장(胃腸)으로 영양을 공급해 주는 튜브를 실리콘 재질 대신 고무재질로 대체해 쓰고 있다. 항균성이 뛰어난 실리콘튜브는 3주에 한 번만 바꿔주면 되지만 고무재질은 감염위험 때문에 적어도 7일에 한 번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의 고통도 커진다.
알부민 등 혈액 제제나 혈관주사에 쓰는 영양제 영양공급관 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병원측이 환자들에게 의뢰, 이를 구입해오는 사람들에 한해 치료를 해주는 ‘전시상황’이나 다름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을 받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흉터를 안 남기려면 수입실을 써야 하니 의료기상에서 물건을 사오라”고 요구하는 등 값이 올랐거나 의료보험에 반영되지 않는 각종 물품을 환자측에 부담시키고 있다.
서울 J병원과 C병원 등은 수술부위를 봉합하는 실을 수입나일론에서 국산 실크실로 바꿨다. 실크실은 나일론 보다 흉터가 진하게 남고 내구성이 떨어진다는게 의료계의 설명.
감염의 위험이 적은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용 장갑이나 반창고 가제 압박붕대 등을 소독해 재사용하는 것은 일반화한 현상이다.
강동성심병원 가정의학과장 황인홍(黃仁弘)박사는 “의료수준이 떨어지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에서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진료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