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 질병도 바뀐다.’
한국인의 질병 양상이 10년전과 달라졌다. 식생활 등의 변화도 있지만 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병을 조기발견해 치료하고 새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한 원인.
동아일보와 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이 함께 마련하는 ‘동아―아산건강강좌’ 10년. 소화기 심장 간질환을 중심으로 질병의 양상과 새로운 치료법을 살펴본다.
▼헬리코박터균이 소화성 궤양이론 바꿔〓예전에는 소화성 궤양이 주로 위산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최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이 균이 100%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키고 위궤양에도 60∼70% 정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위암 원인의 하나로도 생각되는 이 균은 우리나라 성인의 7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 소장에 염증이 생기는 크론씨병도 최근 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조기수술이 효과적이다. 야채를 덜 먹는 덕분에 섬유질섭취가 부족해 대장암과 변비로 인한 항문병도 느는 추세.
▼돌연사 위험 증가〓돌연사는 동맥경화성 심장병인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원인. 협심증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 빈혈증상이 나타나는 병이며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막혀 심장근육이 죽어가는 상태. 두 질병은 83년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 협심증 치료에는 △혈관을 옮겨붙이는 우회로술 △수술하지 않고 풍선으로 혈관을 늘려 금속그물망관(스텐트)을 받쳐주는 방법 △약물치료법이 있다.
심근경색은 가슴통증이 생긴 뒤 6시간 안에 혈전을 녹이고 풍선확장술 등을 받아야 생명을 건질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줄이고 금연하는 것이 예방법. 나름의 스트레스해소법 개발도 필요.
▼만성간질환은 아직도 ‘국민병’〓89년 C형 간염바이러스가 발견됐다. 국내 만성간염환자의 2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간암의 70%는 B형, 20%는 C형 간염이 원인. 간염이 6개월 이상 낫지 않으면 만성간염이 돼 간세포가 서서히 파괴되고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인터페론 투여기간을 조정해 B형간염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간질환을 예방하려면 손을 잘 씻고 쓸데없는 수혈 침 문신을 피해야 한다. B형간염백신 접종도 필수. 산모가 B형 간염바이러스를 갖고 있으면 아기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80%이상. 엄마가 B형 간염보균자면 신생아는 낳자마자 간염 면역글로불린과 간염예방접종을 동시에 해야 한다. C형은 아직 예방주사가 없다.(도움말〓서울중앙병원 민영일 서동진 박승정교수)
〈김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