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키워요/佛문화원장]아이는 스스로 성장

  • 입력 1998년 2월 16일 19시 46분


클레르 베르제바숑 프랑스문화원장(45)은 2남1녀의 어머니. 남편 에르베 샤바스(40)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드레망(10) 토마(7) 두 아들과 서울 보광동에 살고 있다.이 금발의 여성은 ‘젊어 보인다’는 말에 수줍게 웃으며 대학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좋은 대학이 인생의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대학에 못가도 나름대로 성공의 길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인지 프랑스에선 초중학교 시절 ‘성적’보다는 ‘가치판단’교육을 중시한다. 부모는 자녀가 학업에 뒤지지 않도록 도와줄 뿐이다. 한국학생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밤낮 과외공부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프랑스 학생들은 시간이 많고 자유롭습니다. 교사는 성적의 우열에 상관없이 학생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도 주눅들지 않고 흥미있는 분야에 정진하지요.” 자율성과 개성존중 교육이 프랑스문화와 예술을 세계일류로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생각. 조기예능교육에도 반대다.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예능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실시하는 듣기연습이나 그림보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나중에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데 어려서 ‘억지’교육을 받으면 ‘똑똑한 원숭이’가 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재혼이다. 현재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았다. 프랑스에서 명문대를 나온 딸 모드는 과거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피아노에 흥미를 느껴 리옹시에서 운영하는 공립음악학원에 보냈다. 그러나 남자애들은 도무지 관심이 없어 요즘에도 방과후 ‘놀리고’ 있다. 형제끼리 체크게임을 하거나 컴퓨터를 만지고 책을 읽는다. 주말에는 서울의 프랑스학교에 다니는 프랑스인 친구나 한국인 친구를 불러 함께 ‘뒹굴며’ 논다. 친구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기도 한다. 이들 부부가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배려’. 며칠전 형 아드레망이 토마에게 심한 말을 하기에 화를 냈다. “체벌의 효과는 믿지 않아요. 부모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거나 칭찬함으로써 말을 듣게 하지요.” 우연히 취업주부의 어려움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아이가 아프면 보육원에 맡기기가 애처로웠어요. 딸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엄마도 다른 엄마처럼 학교로 나를 데리러 오면 안돼?’라고 말한 것이 잊혀지지 않아요.”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세심하게 보살펴주지 못하는 취업엄마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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