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빛깔이 있다. 가슴 설레는 핑크빛이 있다면 이성(理性)에 호소하는 하얀 빛도 있다. 페미니스트저널 ‘if’의 아트디렉터 제미란씨(35)의 사랑도 하얀 빛일까.
“대학 동아리 선배인 남편(이영훈씨·고려대 강사)과 결혼하자마자 하람 한결이를 연년생으로 낳았어요. 여성의 ‘통과의례’를 잘 치르고 나니 어느날 문득 지금 내가 뭘하고 있나 허탈해지더군요.”
고민 끝에 96년초 처지가 비슷한 주부끼리 모여 ‘경험읽기’ 모임을 만들었다. “얘기를 나누며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어요.”
요즘 남편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훗날 배 한 척 사서 세상을 유람하자”고 보채는 제씨. 버라이어티쇼같은 인생. 다시금 굳게 살자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모래시계 주부의 식단’〓밥/가자미구이/멸치젓/맑은 된장배춧국/김치찌개/새우고추장조림/오징어채조림/디저트 딸기/총비용 1만원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