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장이의 선물」<버크 등 공저 세종서적 펴냄>
어떤 사람이 아주 잘생기고 기품 있어 보이는 인물을 만났다. 그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악마일세.”
그가 놀라 되물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악마는 추하게 생겼잖아요.” 그러자 악마가 대꾸했다. “친구여, 자넨 누군가 내 욕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구먼….” ―아드리스 샤
버크와 온스타인의 ‘도끼장이의 선물’. 지금과 같은 문명세계를 주는 대신 우리의 의식을 빼앗아 간 이들, 도구를 만든 도끼장이들에 대한 이야기.
수천년에 걸쳐 인류에게 문명의 선물을 안겨준 도끼장이들. 그들의 미소는 항시 매혹적이었다. 황제에게는 ‘죽임’의 능력을, 의사에게는 ‘살림’의 권능을 부여했다.
그리고 우리는 도끼장이의 선물을 받을 때마다 세상을 바꾸고 우리 자신의 사고방식과 심지어 삶의 가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꿔왔다.
아주 먼 옛날 도끼장이의 도구 덕분에 세상을 자르고 주무를 수 있게 되었을 때, 부족장들의 손에 이끌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나와 지구를 난도질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여행의 종착지에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여행의 끝자락에 이른 지금에서야 우리는 묻는다. 우리의 푸른 지구가 지금 왜 이렇게 숨차 하는지. 그리고 탄식한다. 우리는 무수한 ‘도끼질’로 과거의 시간을 죽이고 다음 세대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를 훔쳐왔음을.
저자들은 마치 발굴작업을 벌이는 고고학자처럼 아주 세밀하고 꼼꼼하게 도구의 개발과 문명의 발달 과정을 추적한다. 어떻게 새로운 도끼가 등장할 때마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의 관계가 더욱 멀어지고, 그 편리함의 대가로 인간이 보다 복잡한 위계질서와 각박한 사회규범 속에 갇히게 됐는지를. 도구가 소수 엘리트층에 의해 사회통제기구로 독점되는 과정이 아주 생생하게 담겼다.
저자들은 그러나 ‘읽고 쓸 줄 모르는’ 원시인도 조작할 수 있는 ‘웹’의 출현에 한가닥 미래의 희망을 본다. 앞으로 정보에 대한 총체적 접근이 가능해지면 소수 권력자들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물론 희망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언뜻, 등짐을 지고 숲 속으로 사라지는 헨리 데이빗 소로의 뒷모습이 떠오름은 왜일까….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