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4월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타이타닉호에서 주방장의 시체가 발견됐다.
바지춤에는 아들 비토리오의 장난감이었던 곰인형이 든 담배쌈지가 달려 있었다. 그의 아내 이디스는 남편의 유품을 평생동안 간직했다.
곰인형은 1962년 이디스가 사망한 뒤 비토리오를 거쳐 74년 다시 미망인 마조리에게 넘겨졌다. 파란만장한 곰의 내력은 그녀의 다섯 손자들에게 전해졌다.
1990년 그 곰인형은 영국 어린이박물관의 명물이 됐다. 2년 뒤 타이타닉 참사 80주년 추모일, 한 장난감회사에 의해 그 곰인형의 복제품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서양 어린이들이 곰인형에게 쏟는 사랑은 각별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곰인형은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이끄는 길잡이로 남아있다. 낡아빠진 곰인형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은 다시 후손에게 대물림된다.
대산출판사에서 펴낸 ‘테디 베어의 15가지 비밀’은 곰인형에 얽힌 15가지 사연을 엮었다.
곰인형은 왜 테디란 이름을 갖게 됐을까.
1903년 독일 라이프치히 장난감 박람회. 소아마비로 다리를 못 쓰는 슈타이프 그레텔은 장난감곰을 전시했다. 대팻밥으로 속을 넣고 자투리천을 꿰매 만든 신제품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짐을 꾸리고 있을 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미국에서 온 바이어가 3천개를 주문한 것. 곰인형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테디(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이름을 따 테디로 불리게 됐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