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품 애용은 좋지만 다른 나라 ‘미워하기’는 안됩니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면서 외국 제품을 사용하는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모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달러낭비라며 전세계적으로 흥행열기를 일으키고 있는 영화를 보지 말자는 식의 이상한 국수주의(國粹主義)가 번지고 있다.
서울 Y중 1년 박모군(13). 박군은 최근 새로 산 외제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매국노,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작정했느냐”며 몰아세워 곤욕을 치렀다.
얼마전 외제 털모자를 산 경기 S중 3년 한모양(15)도 마찬가지. 반장으로부터 “너 같은 애가 ‘금모으기 운동’을 허사로 돌린다”는 말을 듣고 털모자는 물론 자신이 갖고 다니던 외제 학용품을 모두 내버렸다.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직배영화 ‘타이타닉’ 관람거부운동도 그렇다. PC통신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2백만명이 이 영화를 볼 경우 1백20억원의 수입이 나오고 이중 50%가 넘는 60억원 이상이 미국으로 송금돼 외화를 낭비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카데미상 최다 지명’으로 유명해진 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관람료를 7천원으로 올렸던 직배사는 들끓는 여론 때문에 요금을 6천원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 가는 돈은 6천원 중 7백80원 정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金永錫)교수는 “국산품과 우리문화를 아끼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자칫 국수주의로 흐를 경우 경제적 쇄국주의나 문화적 폐쇄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IMF시대일수록 국제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열린 사고’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성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