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대신 여자들이 가파른 세상속으로 나가고 있다.
이땅을 온통 휘몰아치는 구제금융태풍 때문인가, 아니면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인가.
여성과 남성, 여성다움과 남성다움. 이들간의 경계파괴를 미술언어로 담아낸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남성, 거꾸로 보기’전.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해석하는 시각을 설치 회화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참여작가는 여성 6명 남성 3명.
먼저 여성작가의 남성바라보기. 이들은 남성의 권위실종 나약함 등을 지적하고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강조한다.
김세진의 영상작품 ‘심장마비’. 식사를 막 끝낸 남자가 텔레비전앞에 앉았다. 순간 심장을 죄어오는 압박감과 뒷목을 당기는 뻣뻣함. 계속되는 고통의 증상. 모든것을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남자의 힘과 권위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위협당하며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P씨의 중언부언’(김미경)은 여성의 보호아래서 살아온 남성들, ‘흔적’(박화영)은 남성들의 유아적 본성, ‘욕망’(홍수자)은 남성이 짊어진 멍에를 표현했다. ‘자웅동체’(홍영아)는 남녀를 하나의 성(性)인 자웅동체적 이미지로, ‘그들과의 인터뷰’ ‘그남자의 여자’ 등(홍지연)은 남녀의 역할분담과 관계를 사각공간에 갇힌 해학적 인물을 통해 표현했다.
남성작가들은 여성의 사치 허영, 성의 상품화 등을 지적했다. 금중기의 설치작품 ‘보이지 않는 눈물’. 전시장엔 여인의 두상 20개가 놓였다. 철조망으로 만들어 속이 텅빈 두상들. 두상들 사이엔 고무바닥이 깔려있고 위에는 하얀 물감들이 뿌려져 있다. 머리는 비었으면서도 눈물만 흘리는 여성을 표현한 것일까. ‘미인도’(김재웅)는 성의 상품화, ‘화가의 옷’(배준성)은 속보다 겉을 중시하는 여성의 사치성을 표현했다.
미술관측은 “성의 본질적인 접근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남성과 여성으로서 느꼈던 다양한 모순이 무엇이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입장을 바꾸어 표현해보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의 페미니즘 미술운동과는 다소 각도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80년대중반부터 우리 미술계에 나타난 페미니즘미술운동은 주로 여성도 남성처럼 할 수 있다는 남성중심 세계관으로의 접근이었다.
화가이자 이 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인 전준엽은 “진정한 여성성의 회복에 이번 전시의 목표를 두었다”며 “남성성이 물질 지배 공격 파괴라면 여성성은 정신 화합 평화 생산 포용”이라고 설명했다.
작가 9명의 다양하면서도 재치있는 시도는 이같은 전시취지에 가까이 다가서려는 의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통일성과 연결성이 다소 부족한 듯했다. 4월18일까지. 02―737―7650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