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여 일어나라.”
일제의 침탈에 맞서 죽어서도 눈감지 못한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
그의 피맺힌 절규가 커다란 함성으로 되살아온다.
지난 여름 미국 브로드웨이에 입성, 갈채를 받았던 에이콤(대표 윤호진)의 ‘명성황후’가 25일∼3월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다시 오른다.
역사적 격랑 속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일제에 의해 시해된 민비(閔妃)의 인간적 고뇌를 그린 작품.
소설가 이문열이 원작을 쓰고 김희갑이 작곡을 맡았다는 것 외에도 제작과 공연과정을 통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먼저 관람객수와 입장권 수입 기록. 무대확보의 어려움 등 숱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95년 초연 이래 지난해까지 18만6천여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순수매표수입만 32억8천여만원. 관람객 동원숫자에서 2위인 ‘쇼코미디’(극단 서울뮤지컬컴퍼니)를 이미 4만명이나 추월했다.
이같은 성공에도 불구하고 공연결과 3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은 ‘사건’. 처음 12억원이 든 이 작품은 대규모 공연일정이 다시 시작될 때마다 1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소요됐다. 뉴욕공연에서는 18억원이 투입돼 8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는 특수효과 등을 동원한 다채로운 볼거리에 충실하고자 기획된 ‘명성황후’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원죄. 6백여벌에 달하는 화려한 의상, 특수제작한 회전무대, 대포….
대형 컨테이너 두대분에 달하는 이 소품 및 세트는 모두 5억여원어치다.
또 배우(60명) 오케스트라단원(50여명) 스태프까지 합쳐 2백여명의 제작진도 함께 움직인다.
지난 뉴욕공연에서는 이들의 점심식사값만 3천만원이 들었다.
‘명성황후’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한국문화의 상품화가능성 확보에서 뜻깊은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현지의 열렬한 요청에 따라 7월부터 뉴욕 링컨센터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앙코르공연을 갖는다.
또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공식초청작으로도 선정됐다. 극단측은 앞으로 국내공연팀과 해외공연팀으로 나눠 영국 프랑스 일본 순회공연도 계획중이다. 화 목 오후7시반, 수 금 토 일 오후3시 7시반(첫날 낮공연 없음). 02―446―7770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