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때 끌려간 조선도공 기립니다』…日서 진혼제

  • 입력 1998년 2월 26일 08시 38분


심수관 이참평 등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간 지 4백년. 통한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일본 도자문화의 꽃을 피웠던 이름 없는 도공들. 그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제 한마당이 대한해협 한복판과 일본 사가(佐賀)현 가라쓰(唐津) 도예촌 일대에서 장엄하게 거행된다. 젊은 도예가 행위예술가 등의 모임인 ‘공간통합’(대표 김석환)이 기획한 ‘조선 도공과의 만남―그 수장제(水葬祭)’. 26일부터 3월2일까지. 기획 취지는 조선도공의 영혼을 위로하고 일본 도예문화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조선도예의 맥을 확인하며 나아가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26일 오후4시 출항제를 갖고 부산항을 출발, 밤12시 칠흑같은 바다에서 굿판을 벌인다. 선상(船上) 퍼포먼스 ‘도공의 바닷길’. 28일엔 가라쓰 도예촌 조선도공의 묘에서 진혼제 장승제가 벌어진다. 황토를 뿌리며 영혼을 달래고 장승을 직접 제작, 그들의 묘 앞에 세울 예정. 행사의 절정은 3월2일의 수장제. 도예촌 인근 강에서 흰 천이 나부끼는 목선을 타고 조선 막사발 4백여점을 강물에 수장한다. 조선의 그릇을 일본땅에 뿌리는 조선 도공의 후예들. 진정 그들이 남기고 싶은 것은 단순한 막사발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지켜내려는 결연한 의지일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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