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전통 高大 오케스트라, 설레는「첫 나들이」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원 투, 원 투.”

연주시작을 알리는 지휘자의 조용한 속삭임과 함께 지휘봉이 허공을 가른다. 활을 쥔 연주자의 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호른소리를 기다린다.

그런데 박자를 놓쳐버린 탓일까. 호른은 침묵을 지키기만 한다. 순간의 긴장.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다. 모두들 ‘와’하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즐거워 한다. 서투르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8년 전통의 고려대오케스트라. 음악대학이 없는 이 대학에서 아마추어로만 구성된 동아리다. 공학도가 바이올린을 켜고 철학도는 신명나게 팀파니를 두드린다.

대부분의 단원들은 어린 시절 잠시 악기를 다루다 중도포기한 사람들. 물론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처음 악기를 만지기 시작한 단원도 있다. 당연히 더욱 혹독한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단원들에게 이번 겨울방학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려한 외출’을 앞둔 ‘강훈’으로 방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 단원들은 동아리 사상 처음으로 캠퍼스 울타리를 벗어나 28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일반청중을 대상으로 한 연주회에 나선다.

연주곡은 슈만 교향곡 1번 ‘봄’과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 국내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김민(金旻)서울대교수가 협연을 맡아 단원들은 한껏 고무되어 있다. 이들이 전문 오케스트라도 쉽게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슈만의 곡을 ‘감히’ 선택한 것은 ‘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라고.

아마추어 지휘는 처음이라는 이종일(李鍾一·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 부지휘자)씨는 “프로만큼의 실력은 없지만 열성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단원들을 추켜세웠다.

“제발 실수없이 연습한 만큼만 해냈으면 좋겠어요.” 단원 유정화(柳姃和·20·여·생명과학부1년)씨의 소박한 바람이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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