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성희씨(31·서울 강동구 길동)는 가방속의 지갑을 만지작거린다. 재킷을 산 것이 언제였던가. 외출복의 기본인데도 살림하랴, 아이들 키우랴, 몇년째 변변한 봄재킷 하나 장만하지 못했다. 옷장을 살펴봐도 20대초반에 입던 구스타일의 옷이나 우중충한 것들만 눈에 띌 뿐.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2, 3층에 빼곡한 여성의류매장을 벌써 두번째 돌고 있다. 백화점안은 온통 봄. 단순한 라인의 재킷이 많이 나와 올봄의 유행을 보여준다.
큰맘 먹고 3층의 줄리앙 코너에 들어선다. 얌전하고 예쁜 디자인이어서 결혼전에는 자주 입었던 브랜드. 이씨는 은회색 재킷에 손을 멈춘다.
“이것 좀 보여주세요.” 정장용 재킷. 앞부분이 기본형인 테일러드 깃이지만 단추가 3개 달려 여밈이 단정하다. 포켓도 안으로 처리돼 깨끗해 보인다. 55사이즈를 입어보면서 슬쩍 가격표를 본다. 28만8천원. 소매가 약간 길지만 매장에서 줄일 수 있다고 점원이 설명. 레이온과 폴리에스테르 혼방이고 몸에 맞춘듯 편안하다. 색상이 밝고 디자인이 얌전해 봄날 결혼식이나 모임에 초대 받았을 때 손색이 없을 듯. 그러나 가격이 비싼 편.
이씨는 이날 밤 다시 동대문의류시장을 여동생(30)과 함께 찾았다. 디자이너클럽 혜양엘리시움 등 1시간 이상 미로같은 매장을 둘러보던 이씨자매.
“시장이 좋아. 한창 유행인 옷도 많고 백화점의 옷과 똑같은 디자인을 발견할 수도 있거든.”(언니)
“그래서 나도 계절마다 꼭 한번은 도매시장을 둘러봐.”(동생)
광희시장 1층입구 ‘최지희’코너. “55사이즈보다 한 단계 큰 66사이즈지만 좀 작게 나와 맞을 거예요”라며 주인이 캐주얼정장 재킷을 권한다. 진회색으로 약간 신축성이 있는 폴리에스테르 재킷. 유행에 맞게 길게 나왔다. 가격은 5만5천원. 그러나 더 돌아보기위해 다시 발길을 돌렸다.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거평프레야 2층. 이씨는 “4만5천원까지 주겠다”는 말에 313호 젝키스매장 앞에 멈췄다. 66사이즈의 캐주얼 재킷. 포켓은 밖으로 나와 있어 스트레이트 바지라면 아무 옷이나 어울릴 듯. 여린 갈색은 무난하다는 느낌. 약간 품이 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애프터서비스는 포기해야할 듯.
이씨부부는 주말부부. 딸(3)과 함께 친정에 살면서 주말이면 영종도공항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편(36)을 찾아간다.
“이번 주말에는 젝키스매장에서 산 재킷을 입고 남편을 만나러 갈거예요.”
이씨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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