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女직원, 강도 잡았다…마을금고 최금희씨

  • 입력 1998년 2월 28일 07시 22분


‘칼을 든 강도에게 대들어 끝내 붙잡게 한 마을금고 여직원.’

27일 오후 3시5분경 서울 상도5동 마을금고. 얼굴에 푸른색 마스크를 쓴 20대 후반의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마을금고 사무실에는 창구 여직원 최금희(崔金姬·21)씨와 이사장 권희성씨(60) 두명뿐이었다.

남자는 다짜고짜 칼을 빼들고 창구를 뛰어넘었다. 이어 최씨에게 쇼핑백을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꼼짝 마, 서로 피보기 싫으니까. 돈만 내놔.”

순간 최씨는 ‘돈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최씨는 허리를 굽혀 돈을 담는 체하면서 몰래 책상 아래 비상벨을 눌렀다.

최씨가 쇼핑백에 주섬주섬 돈을 담는 사이 이사장 권씨가 출입구 쪽으로 내달았다.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본 강도는 권씨를 향해 몸을 날렸고 최씨도 ‘이때다’ 싶어 돈이 담긴 쇼핑백으로 강도를 후려쳤다. 쇼핑백이 찢어지면서 돈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도가 주춤하는 사이 최씨는 다시 접수대로 뛰어올라 강도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강도는 칼 손잡이로 최씨를 마구 때렸다. 그러나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최씨는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할 시간이 됐다고 생각한 최씨는 못 이기는 체 창구안으로 들어왔다. 찢어진 쇼핑백에 돈을 담아 강도에게 건넸다.

쇼핑백을 움켜쥐고 뒷걸음으로 문을 나선 강도는 2백m쯤 달아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불과 3∼4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범인 김수재(金秀在·28)씨는 경찰에서 “사람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밀린 카드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빌렸는데 27일까지 안 갚으면 죽인다는 협박전화를 받고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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