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북한산 보현봉에서 등산객 김모씨(50·서울 종로구 평창동)가 25m절벽 아래로 추락, 바위틈에 낀채로 발견돼 119구조대헬기에 의해 구조되던 중 숨졌다.
건설회사 상무로 일하다 지난해말 퇴직한 김씨는 실직후 거의 매일 북한산에 오르며 시간을 보내오던 중 이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난코스구간에서 발을 헛디뎌 절벽아래로 떨어지면서 변을 당했다. 올들어 북한산에서만 벌써 3명이 실족사했다.
서울시소방본부 119구조대에 따르면 95년 1백3명, 96년 1백33명에 불과하던 구조자수가 지난해 2백13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벌써 43명이 조난을 당했다.
이중 75%가 40대 이상의 중년층 남성으로 ‘고개숙인 아버지들’이 시름을 달래기 위해 산에 올랐다 사고를 당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사고가 빈번한 곳은 북한산 불광동∼비봉코스 중 향로봉일대. 경사가 가파른 암벽지역인데다 초보 등반자들이 리더 없이 암벽을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북한산 보현봉 의상봉 용출봉 원효봉 등의 능선구간은 대부분 길 양쪽이 20∼30m의 절벽으로 돼있어 실족할 경우 사망사고나 척추손상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다음은 관악산으로 연주암 삼막사 마당바위부근의 가파른 등산로에서 발을 헛디뎌 골절상을 입는 경우. 이 구간은 특히 50대 이상의 노령자나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 무리한 산행을 시도하다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밖에 도봉산 우이암 포대능선 관음암 구간, 북한산 대남문 영취봉 백운대일대 등도 사고 다발지역.
소방본부측은 사고의 대부분이 △술을 마시고 능선길을 가다 미끄러지는 경우 △지나친 자신감으로 쉬운 코스를 놔두고 무리하게 바위를 타는 경우 △우울한 심리상태에서 조심스럽지 못한 산행으로 사고가 난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