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명의 피아니스트가 스승을 위해 한무대에 선다. 27일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한국 피아노계 원로 정진우(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제자들이 마련한 특별콘서트다. 제목은 ‘피아노의 대향연’.
연주회는 2부로 꾸며졌다. 1부에서는 정교수와 강충모 문익주 박은희 임종필 김영호 김용배 등 23명의 제자가 쇼팽의 ‘전주곡집(프렐류드)’전 24곡을 돌아가며 연주한다.
전주곡집은 절묘한 기교와 시적인 정취가 넘치는 자유로운 형식의 작품집. ‘피아노 감성의 만화경(萬華鏡)’과 같은 쇼팽의 대표작중 하나다. 피아니스트의 다양한 개성만으로도 만화경을 이룰 흔치 않은 무대다. 정교수는 이중 가장 유명한 제6번‘빗방울(낙숫물)’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최근 새음반‘데뷔’로 찬사를 받고 있는 백혜선(서울대교수)이 리스트 편곡의 슈만‘헌정’ 등을 연주해 감사의 마음을 헌정한다. 신수정(경원대음대 학장)과 김금희(경원대음대 강사)는 모차르트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K448중 2,3악장을 연주한다. 무대는 정교수의 반주로 오랜 지기인 바리톤 오현명이 헨델‘주님께 감사를’등 3곡을 노래하면서 막을 내린다.
정진우 교수는 28년 평양출생. 일곱살때부터 오르간을 치며 건반을 익혔다.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뒤에도 기성 음악가들과 함께 지방순회 공연을 다니는 등 음악에의 열정을 불태웠다. 6·25의 와중에 동상에 걸려 두 발목을 절단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52년 부산 이화여대 강당에서 첫 독주회를 열며 우뚝 일어났다. 오스트리아 빈 음대에서 3년간 수학한뒤 서울대 교수로 93년까지 34년간 재직하면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냈다.
교육현장에서 바삐 활동하면서도 그는 한국 쇼팽협회 회장, 국제 쇼팽협회 이사 등으로 재직하며 동아음악콩쿠르 자문위원으로서 콩쿠르를 국내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기여했다. 96년 제1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장을 맡아 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10년전인 8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그의 회갑기념 연주회는 국내 처음으로 18대의 피아노가 한꺼번에 무대에 올라 36명이 연주하는 ‘피아노 오케스트라’를 연출, 화제가 됐다.
“회갑이 됐다는 것 보다는 내가 길러낸 제자들이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피아노계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점이 더욱 기쁩니다.”
정교수는 “10년 뒤에도 무대위에서 제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싶다”는 주문에 “건강이 허락하면…”이라며 밝게 웃었다. 02―543―5331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