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부부마사지, 「새록새록」솟는 금실

  • 입력 1998년 3월 8일 19시 42분


‘배우자의 엉덩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십니까.’

부부. 평생 대화의 벗일 뿐만 아니라 ‘몸의 벗’이라는 소중한 사실을 잊고 사는 사람이 많다. 온 몸이 뻐근하고 피곤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서로의 몸을 ‘만져주자’.

평생의 운명을 함께 헤쳐가는 단 한사람 ‘나의 배우자’. 삶의 바퀴에 쫓겨살다보면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가 서로에게 무관심하거나 권태로워진다.

안팎에서 일에 잔뜩 시달린 날이면 배우자에게 “오늘만은 제발 내 몸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마라”고 짜증내거나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자기에 바쁘다.

그러나 오히려 배우자의 약손으로 어깨 가슴 팔 다리 같은 몸 곳곳을 살포시 마사지해주면 피곤은 눈녹듯이 자취를 감춘다.

쌓인 피곤이 가실 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부드러운 손길이 몸을 타노라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신혼 시절 ‘로맨틱하고 뜨거운 사랑’이 다시 활활 불붙는다.

결혼 2년째를 맞은 이창기씨(30·강남대일학원 국어강사)와 부인 김일심씨(27·전업주부·서울 공릉동). 하루 종일 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직업 탓에 남편 이씨는 밤에 들어오면 녹초가 되곤 한다. 부인 김씨는 보기 안쓰러운 나머지 남편을 위해 구민회관에서 수지침과 지압법을 배웠다.

이씨는 “아내가 어느날 별안간 침대에 드러누으라고 하더군요. 꼼꼼이 제 몸 구석구석을 토닥거리고 주물러주는데 너무 행복하더군요”라고 자랑한다. 둘은 요즘 입장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10월 첫 딸 산하를 낳은 아내를 위해 매일밤 이씨가 마사지를 자청한다. 마른 편인 아내가 아이를 종일 안다보니 어깨가 많이 약해져서다.

아내 이씨의 얘기. “알고보면 사랑도 별게 아니에요. 틈틈이 마사지를 해주고 받으면서 연애 시절만큼이나 많은 대화를 해요. 즐거운 일과 고민거리를 나누며 예전보다 더 많이 서로를 이해하게 돼요.”

서울 역삼동 나라한방스포츠클리닉(02―3452―0600)의 김석 원장은 “부부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명약’입니다. 직장과 가사에서 생긴 스트레스부터 피로 두통 발기부전에 이르기까지 서로 매만져주면 손쉽게 고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간단한 지압법과 몸 곳곳에 혈(穴)을 평소 익혀두면 안마보다도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김원장의 설명.

부부 마사지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무미건조하게 몸을 만져주면 힘만 들고 금세 흥미를 잃게 마련. 이럴 땐 손보다 발바닥으로 배우자를 안마해주면 기분이 한결 상쾌하다. 또 부부가 함께 샤워한 뒤 와인 한 잔을 나누고 바디로션이나 오일을 서로 몸에 발라주는 것도 훌륭한 방법. 손 끝에서 전해져오는 미끈한 감촉이 마사지 효과를 배로 늘려준다.

J씨(38·D건설 과장)의 이색 ‘블루스 마시지’. “아이들이 잠든 뒤 거실에서 올드팝송을 틀어놓고 아내와 블루스를 춥니다. 꼭 껴앉은 채 서로를 만져주며 10∼20분씩 춤추다보면 온 몸의 피로가 확 풀립니다.”

사랑으로 가는 길은 수없이 많다. 부부가 서로의 몸을 알고 보호해주면 사랑과 건강 모두를 한꺼번에 소유할 수 있다.

〈김종래기자〉

◇ 「부부 마사지」 이렇게 ◇

부부마사지에도 ‘왕도(王道)’가 있는 법. 마사지의 기본은 손으로 배우자의 몸을 정성껏 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힘의 조절이 중요하다. 힘을 너무 많이 실으면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마사지는 이렇게〓복장은 잠옷처럼 몸에 붙지 않고 편안하고 너무 두껍지 않는 것으로 골라 입는다. 마사지를 받는 사람은 침대나 방바닥에 편안하게 눕고 안마하는 사람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서로 단전호흡을 하면 금상첨화. 마사지 시간은 몸의 특정 부위는 10분 이내, 몸 전체는 30∼40분이 적당하다. 부드럽고 가볍게 시작해 점점 압박해 간다. 부위에 따라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손바닥이나 손등으로 원을 그려 문지르거나 손바닥을 칼처럼 세워 써는 방법을 섞는다. 소변은 미리 봐둔다. 임산부는 피하는 것이 좋다.

▼피로가 쌓였을 때〓몸에 기운이 없으며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이 들 경우에는 상대를 누이고 다리를 마사지하는 사람의 어깨에 얹는다. 두 손바닥을 다리 안쪽과 반대쪽에 놓고 원을 그리듯 회전운동을 한다. 다리 근육이 부르르 떨리면 효과 만점.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있을 때〓상대에게 두 손을 주먹쥐고 목 아래 갖다놓은 다음 엎드리게 한다. 시술자는 옆에 앉아 두 검지손가락을 구부려 두번째 마디로 척추 양편에 각각 댄다. 맨 위(대저혈)부터 척추 옆 갈비뼈 사이의 근육을 차례로 눌러주며 내려온다. 3∼5분 가량 반복.

▼잠을 못 이룰 때(불면증)〓상대를 편하게 바로 누인 다음 손바닥으로 명치에서 3치 아래(상완혈)부터 밑으로 배꼽을 지나 성기 바로 위의 뼈인 치골(곡골혈)까지 쓸어내리는 느낌이 들도록 쓰다듬는다. 1치는 손가락 한마디 길이 정도. 3분 가량 반복.

▼스트레스성 발기부전〓남편은 눕고 부인은 옆에 앉는다. 아내는 두 손바닥을 칼처럼 세워 치골 양 옆에 엉덩이뼈가 볼록 튀어나온 뼈의 1치 안쪽(오추)부터 치골 2치 위(관원)까지를 좌우로 오가며 안마한다. 5분 가량 반복.

▼여성 불감증〓발기부전을 푸는 마사지법과 똑같이 남편이 부인에게 마사지해준다.

〈김종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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