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진<26·한국선진학교 교사>
결혼 준비 과정에서 저를 정성껏 도와주고 있는 성혁씨에게 늘 고마움을 느껴요. 그렇지만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나라가 어려운 만큼 결혼도 이제 거품이 빠져야 한다는 게 제 주장이에요. 거품을 빼는데 가장 손꼽히는 것으론 단연 혼수품과 결혼뒤풀이를 들 수 있죠. 제 친구들도 요즘 뒤풀이를 잘 하지 않더군요. 아시다시피 여자들은 뒤풀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잘 참석하지도 않아요.
물론 뒤풀이가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라는 것은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뒤풀이를 없애도 집들이 초대로 대신하면 되잖아요. 그러면 비용도 줄고 더 좋은 친목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은 ‘고문’이 아니랍니다. 신성한 결혼식날 남자친구들이 이상한 행동을 신랑 신부에게 강요해 기분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혼 첫날밤도 망치고 싶지 않아요. 친구가 권하는 술에 만취한 신랑과 첫날밤을 지내고 싶은 신부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뒤풀이를 안한다고 해도 IMF 한파 탓에 이해 못해줄 친구도 없을거예요. 없앨 것은 과감히 없애야 합니다.
▼ 예비신랑 ▼
방성혁<29·삼육재활학교 교사>
사랑하는 피앙새 은진이와 함께 살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런데 며칠전 은진이가 결혼뒤풀이를 하지 말자고 하더군요. 물론 술만 퍼마시는 뒤풀이는 저도 싫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끈끈한 정(情)이란게 있어요. 뒤풀이는 결혼을 축하하러온 친구와 선후배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기회예요. 그간 바쁜 생활로 자주 못본 벗들끼리 얼마나 기쁜 자리입니까. 화려한 호텔이 아니어도 좋잖아요.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정다운 대화…. 게다가 총각 처녀가 새 인연을 맺는 절호의 찬스 아닙니까. 결혼식에 늦는 친구들도 합석할 수 있구요.
노른자 입으로 옮기기, 바나나 놀이 등을 당하는 당사자야 좀 괴롭지만 훗날 이것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은데요. 밋밋하게 결혼식만 후딱 치르고 사라지면 잔뜩 기대하고온 사람들이 얼마나 섭섭해하겠어요. 저나 은진이도 그동안 뒤풀이에 많이 참석해왔는데 “우리는 못한다”고 버틸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은진이는 뒤풀이 대신 조그만 선물을 주자고 하지만 친구 사이에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요. 뒤풀이는 좋은 풍습으로 가꿔야 합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