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온몸으로 호소하는 ‘파격’. 원전(原典)연주악단 ‘일 지아디노 아르모니코’(조화로운 정원)가 내놓은 비발디 바이올린협주곡집 ‘사계’다. 텔덱.
표지뿐만은 아니다. 연주에도 기존 관념을 뒤엎는 재치가 주렁주렁 달렸다. ‘봄’ 첫부분. 엔리코 오노프리의 바이올린 솔로가 시작되면서 색다른 면모가 귀를 간지럽힌다. 주제가 바뀔 때마다 한박자씩을 쉬어주고 화음사이의 경과(經過)음은 툭툭 앞으로 튀어나와 불협화음처럼 들린다. ‘겨울’첫악장에서 불어오는 영하의 칼바람은 금속을 썰어대는 소리같고 느린 악장에서는 배경의 피치카토(현 뜯기)가 먹이를 물어나르는 개미의 행렬처럼 공격적이다. 가요속에 등장할 정도로 귀에 익은 선율이 과연 맞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오늘날 클래식계 최대의 인기작인 ‘사계’. 음반가이드에 실린 현역판만 1백여종이다. 모범생같이 반듯한 연주로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90년대 이후 ‘파격’과 ‘일탈’은 차라리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원전 연주자가 아닌 펑크 바이올리니스트 케네디의 연주(EMI)는 논외로 하더라도 파비오 비온디의 에우로파 갈란테(오푸스111), 안토니오 카르미뇰라의 ‘마르카의 유쾌한 음악가들’(디복스)이 기존의‘사계’상과 동떨어진 연주를 선보였다.
사실 이번 발매된 ‘사계’는 94년 선을 보인 구반(舊盤). 최근 이 악단이 내놓은 바흐‘브란덴부르크 협주곡집’ 등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생산에 들어갔다.
제작사인 워너뮤직코리아는 ‘워낙 별난 연주라서’ 이 음반을 산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음반과 바꾸어준다고 밝혔다. 처음 선보이는 연주‘리콜’제다. 02―557―1525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