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을 앞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와 ‘위대한 유산’, 이미 출항한 ‘타이타닉’이 이처럼 에로틱한 화면을 은밀하게 섞어넣은 영화들. 철학자 에머슨의 말처럼 미덕이 마음의 아름다움이라면, 아름다움은 육체의 미덕. 영화속 누드화 장면들은 남성화가에게 새롭게 태어나는 에너지를 불어넣거나 오랫동안 헤어진 두 연인의 해후를 농밀하게 표현하는 등 등장인물에게 새 전기(轉機)가 왔음을 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잭 니콜슨(멜빈 유달 역)의 명연기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미술전 무산, 강도상해로 비참해진 화가 사이먼(그렉 키니어 분)이 여주인공 캐럴(헬렌 헌트)의 누드를 그린다. 멜빈에게 화를 발칵내고 돌아온 캐럴이 사이먼의 방에서 목욕물을 받으며 옷을 벗자 화가의 길을 포기했던 사이먼은 전기충격을 받은 듯한 영감 속에 빠르게 나신을 스케치한다. 부끄러워하던 캐럴은 사이먼의 순수한 열정에 이끌려 완전나체가 되고, 사이먼은 어머니의 누드를 그리는 바람에 아버지로부터 파문당했던 과거의 상처를 딛고 홀로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
4월 개봉되는 찰스 디킨스 원작의 ‘위대한 유산’에서는 가난한 화가지망생이 뉴욕화단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뒤 어린 시절 그토록 흠모하던 여인과 조우해 누드를 그린다. 이는 ‘타이타닉’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남의 약혼녀인 케이트 윈슬렛의 사랑을 확인하고 누드를 그리는 대목과 같은 의미. 누드화를 그린 후 두 연인은 죽음도 두렵지않은 사랑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사랑의 단계를 처리하는 데서 두 영화의 미국내 등급이 크게 엇갈려 흥미롭다.
‘타이타닉’의 경우 누드화 장면부터 수위조절에 들어가 ‘PG13(부모를 동반하면 13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따냈으나 ‘위대한 유산’은 ‘명실상부한 사랑의 열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 ‘R(미성년 불가)’등급에 만족해야 했다. 국내 역시 각각 15세 이상 관람가와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판정받은 상태. 비평가 전찬일씨는 “‘타이타닉’누드화 장면의 배경음악이 ‘튀는’ 것으로 봐 미국에서 편집할 때 다소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고 아쉬워 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경우 화가 사이먼이 다행히(?) 게이로 설정돼 옷을 벗은 여배우와의 신체적 접근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바람에 미국에서는 ‘PG13’으로, 국내에서는 15세이상 관람가로 낙착됐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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