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내한…20,25일 피아노연주회

  • 입력 1998년 3월 16일 20시 11분


‘건반 위의 구도자(求道者)’ 백건우. 라벨의 피아노작품 모두를 들고 고국무대를 찾는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녹음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집(RCA)도 때맞춰 발매된다.

고국 연주회마다 백건우의 보따리는 개성있는 ‘선물’로 채워진다. 95년 리스트와 스크리아빈, 96년 메시앙…. 그러나 이번 보따리만큼 팬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없다. 그는 72년 뉴욕 데뷔무대를 라벨로 장식했다. 92년 ‘단테’레이블로 발매된 라벨 피아노곡집 CD는 차갑게 빛나는 터치와 치밀한 조형미로 전세계의 음악팬을 압도했다.

내한연주는 20일 오후7시반 대전 우송문화예술회관, 25일 같은시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4일에는 파리 가보홀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 비평가들의 격찬을 끌어모았다. 백건우 자신에게도 의미깊은 무대가 아닐 수 없다. 베를린 런던 등에서 라벨로 격찬을 받았지만 유독 자신의 활동무대인 파리에서 라벨의 작품으로 콘서트를 갖기는 처음이었다.

라벨.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를 수놓는 거장.

그의 피아노곡은 명징한 이미지와 날카로운 기지로 특징지워진다. 마음의 평면에 비친 여러 영상을 투명하게 표현해낸 모음곡집 ‘거울’, 분산화음 등 피아노의 개성을 십분 발휘해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분수를 묘사한 ‘물의 유희’ 등은 특히 걸작으로 꼽힌다.

“라벨의 피아노곡은 무엇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품이지요. 하나하나의 표정이 너무 분명해 가슴속 깊이 빨려들게 됩니다. 이 작품들을 오랫동안 호흡해 왔기 때문에 작품 이면에 숨은 감각까지 모두 이해되는 느낌입니다.” 백건우가 털어놓는 라벨 피아노곡 연주의 장점이다.

이번주에 새로 출반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집은 페도세예프 지휘,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관현악단(구 모스크바 방송관현악단)반주로 작년 4, 8월 화제속에 녹음된 작품. 그 첫 결실로 1, 2번협주곡이 한장의 CD에 묶여나온다.

기자가 본 녹음장 모스크바 모스필름 스튜디오는 관현악과 솔리스트의 개성이 팽팽한 긴장을 이루는 현장이었다. 각 악장의 마지막 리허설마다 백건우는 템포를 늘려 명상적인 순간들을 길게 가져가려 한 반면, 지휘자 페도세예프는 열혈적인 슬라브의 민족성을 과시하듯 몰아치는 템포를 고집했다.

그러나 곧바로 녹음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마법과 같이 두사람의 개성은 맞아떨어졌다. 관현악이 주도하는 ‘뜨거움’과 독주자의 ‘명상’중 한쪽도 양보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백건우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야말로 어두운 러시아의 흙내음과 서구적인 섬세한 감성이 모두 표현돼야 하는 곡이다. 의도했건 안했건 간에 그 모두가 음반속에 훌륭하게 표현됐다”고 결과에 대만족을 표시했다.

콘서트 02―598―8277(크레디아), 음반 02―3420―0125∼7(BMG)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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