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씨(25·여). 다이어트를 끝낼 때마다 식욕이 폭발, 폭식을 하고는 살이 찔까봐 먹었던 것을 일부러 토해낸다.
최근 병원에 입원한 ‘먹기장애’ 환자들. 90년대 들어 무리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잃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한 병원이 서울시내 여고생 4백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가 먹기장애 증세를 보였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이영호교수는 “요즘엔 날씬해져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해 무모하게 하는 다이어트와 취업 실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먹기장애 증세를 보이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먹기장애는 선진국형병이자 여성병. 미국에서도 60년대까지 환자가 거의 없었다. 60년대의 영화스타 마릴린 먼로는 키 1m67에 몸무게 62.5㎏로 ‘균형’이 유지됐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말라깽이’가 미인으로 대접받으면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스 유니버스의 신체질량지수가 갈수록 낮아져 지금은 미인대회 입상자들 대부분이 먹기장애 환자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신체질량지수는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먹기장애의 유형은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 나서도 최소한의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식사를 참았다가 폭식한 뒤 구토를 하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신경성 대식증’ △1주일에 1,2회 숨어서 마구 먹는 ‘신경성 폭식장애’ 등이 있다.
먹기장애 환자는 자신을 환자로 여기지 않는다. 가족이 유심히 살펴보고 병이라고 여겨지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일찍 치료를 받으면 고칠 수 있지만 전체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심해 고칠 수 없다.
서울백병원(02―270―0065)과 ‘마음과 마음’병원(02―415―8468) 등의 식이장애클리닉에서는 정신과의사 내과의사 영양사 등이 함께 환자를 치료한다. 증세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통원 또는 입원시켜 신체 장애를 고치고 정신치료도 병행한다. 영양사가 환자의 식사를 감독하며 먹기장애의 문제점과 스트레스 해소법 등도 가르친다.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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